법무부 시안에 따르면 인권위원회의 권한은 아주 강력하다. 인권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유치장 교도소 등을 시찰할 수 있고 관련 공무원, 심지어 검사까지 소환조사할 수 있다. 소환과 자료제출 요구에 불응하거나 시찰을 거부 방해하는 경우 또는 수감자가 진정서를 못쓰게 하는 경우 형사처벌도 가능하다. 이대로만 시행된다면 수용시설 인권문제는 획기적으로 개선될 전망이다. 인권위가 다룰 수 있는 인권침해와 차별행위 유형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수사기관의 각종 가혹행위, 도청 등 사생활침해, 성별 종교 출신지역 등에 따른 우대나 불이익, 성희롱 등이 망라돼 있다. 의문사 사건 등 과거사 청산기능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이 인권위 설립방안에 대한 반응은 제각각이다. 우선 관계부처들은 인권위 활동이 정부기능을 위축시키거나 법질서를 해칠 소지가 있다는 반응인 반면 인권 및 시민단체들은 시정을 권고하는 권한만 있을 뿐 강제 수사권과 시정명령권이 없어 실효성이 적다고 주장한다. 인권위 구성권한이 법무부장관과 대통령에게 주어져 있기 때문에 독립된 활동을 보장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인권단체의 주장에는 수긍할 만한 대목이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 인권위활동은 현실적으로 실천가능한 수준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소리에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인권위에 수사권과 시정명령권까지 주는 데는 법 정비작업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옥상옥(屋上屋)이 될 우려가 없지 않다. 특히 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법체계상 검사의 지휘를 받게 되는 모순에 빠진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법무부는 관계부처 협의와 공청회 등 의견수렴 과정에서 인권단체 등이 제기하는 문제점을 충분히 검토하기 바란다.
시정명령권이 없는 국민고충처리위원회의 권고를 정부기관이 거의 다 수용하고 있는 사실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인권위의 정당한 권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인권단체나 여론의 압력을 통해 사실상 강제효과를 낼 수도 있다. 이런 방법이 민간단체의 활동을 활성화하고 인권운동의 순수성을 지키는 길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인권위 구성에 대해서는 사법부와 변호사 여성 노동 인권단체, 그리고 학계 종교계 등에 널리 추천권을 주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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