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이병 사건은 군내 고질적 구타사고의 전형이란 점에서 울분과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우리 군은 언제 이런 ‘군내 폭력’이라는 일제시대 잔재를 벗어던져 버릴 수 있을 것인가. 군내 폭력은 군 장병 모두가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가 될 뿐 아니라 군의 단결과 기강을 허물어 전투력을 약화시키고 마침내 국민의 신뢰를 잃게 한다.
▼ 관련자 철저색출 처발
군은 이번 기회에 군내 폭력을 뿌리뽑기 위한 보다 근원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아울러 이미 보도된 대로 국방부 특별 합동조사단에서 군내 의문사 사건 전반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를 벌여 ‘전역장병까지도 추적 처벌’함으로써 구타자는 반드시 적발되고 처벌된다는 인식을 전장병에게 확고하게 심어줘야 할 것이다.
구타는 사망사고는 물론 총기휴대탈영 등 모든 악성사고의 요인이 되기 때문에 군도 이를 근절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 왔다. 그 결과 구타사고는 통계상으로 현격하게 감소했다. 구타 사망사고는 94년도 8건에서 점차 줄어 98년도에는 2건으로 감소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는 사고 통계가 아니라 보이지 않는 음성적 구타가 지금 이 시간에도 병사들이 기거하는 거의 모든 장소에서 간부들의 눈을 피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는 대부분 고생을 모르고 자라 의무 입대한 병사들이 하루 아침에 열악한 기거환경에다 통제된 집단생활, 강제된 교육훈련 등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여기서 받는 스트레스를 위계서열상 하급자에게 ‘젊은 혈기의 분풀이’형태로 전가하는 데서 비롯된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가장 바람직한 대안은 미국 일본 등 선진국처럼 지원병제도를 도입해 병사를 직업화하는 방안이나 우리의 안보 특수성과 방대한 예산소요로 아직은 시기상조라 하겠다.
보다 현실적인 대안은 생활여건 개선, 군 폭력 관련자에 대한 색출 처벌 등과 함께 장병들의 군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경감시켜 주는 일이다. 이를 위해 가장 기본적인 것은 모든 야전부대가 ‘전투태세 확립’ 위주로 교육훈련과 부대운영을 해나가도록 하는 것이다. 모든 전시행정, 실적 위주의 형식을 배제하고 오로지 ‘작전임무 위주로 사고하고 준비하고 훈련하는’ 기풍을 진작하고 단순화함으로써 전투력 제고와 군기강 확립은 물론 장병들의 시간적 정신적 부담도 크게 경감시킬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각급 지휘관은 부하들에 대한 정신교육을 전투 준비의 연장선 상에서 직접 지속적으로 실시함으로써 비판적 시각의 병사들로 하여금 보다 현실적인 것, 예를 들어 북한군이 왜 적이고 내가 왜 군복을 입고 이 고생을 해야 하는지 등을 보다 확실하게 이해하고 신념화할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서로돕는 부대운영을
그렇게 할 때 장병 모두는 진정 전투에 대비하는 부대원의 마음가짐이 되어 지휘관을 중심으로 뭉치고 서로 돕고 희생하는 인간관계가 형성된다.
다음으로 범국민적 의식개혁 운동이 활성화돼야 한다. 법과 질서를 존중하는 준법정신, 나보다 남을 먼저 생각하는 봉사 희생정신, 내 울타리 안과 밖을 똑같이 소중하게 생각하는 머슴 아닌 주인 정신 등이 바로 그것이다.
군 장병은 대부분 의무복무기간이 2년 남짓이고 성장배경이나 의식성향 또한 다양해 군의 제한된 교육만으로 의식이나 행동성향을 바꾸는데 한계가 있다. 군에 입대하는 연령의 젊은이들 세계에서는 유아시절부터 기를 살리는 양육을 받아 자기 중심주의 사고가 만연하고 있다. 최고의 지성을 자랑하는 대학 내 학군 후보생 선후배간에도 고질적인 구타관행이 존재한다. 이것은 군이 극복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범국민적 노력에 기대하고 싶다.
군내 폭력은 반드시 근절돼야 하고 군은 책임지고 이를 근절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은 독버섯과 같아서 언제든 음지에서 다시 돋아난다. 따라서 대응요법과 함께 보다 근원적인 치료를 지속성 있게 병행해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부모님께 사죄를 드린다.
조성태(예비역 육군대장·동국대 행정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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