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의문사 진상 끝까지 파헤쳐야

  • 입력 2002년 2월 28일 18시 32분


어제 국회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기한을 9월까지 연장하기로 해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발생한 의문사의 진상을 밝히기 위한 조사가 가까스로 이어지게 됐다. 2000년 10월 국민적 관심 속에 대통령 소속으로 출범한 규명위의 역사바로잡기가 겨우겨우 연명하는 모습이 안타깝기는 하지만 일단 위기를 넘겼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국회의 조치가 없었다면 규명위의 활동은 4월로 끝날 뻔했다.

규명위는 조사에 착수한 83건 가운데 현재까지 15건을 종결하고 68건을 조사중이다. 독재정권 시절 국가권력이 동원된 의혹이 짙은 의문사의 진상이 쉽게 밝혀지지 않는 것은 조사기간이 충분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관련 기관의 비협조가 더 큰 이유다. 최근 하나하나 진상이 밝혀지고 있는 이른바 ‘녹화사업’을 보면 명백해진다. 80년대 초 집회 및 시위 관련 대학생들을 강제 징집했던 녹화사업은 당시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기무사령부)의 주도로 치안본부 검찰 내무부 문교부 등 국가기관들이 동원돼 이루어진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기무사 등 관련기관은 규명위의 관련자 조사나 관련자료 제출 요구를 사실상 묵살하고 있다.

활동기한이 연장됐지만 규명위가 국가기관의 협조 거부에 대해 아무런 제재를 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의문사의 진상을 제대로 파헤치기가 쉽지 않다. 국가기관이 깊숙이 개입한 민감한 사건일수록 그럴 가능성이 크다. 국회는 특별법을 다시 손질해 규명위에 충분한 조사권한을 부여해야 한다. 압수수색이나 구인영장 청구 등의 충분한 권한을 주지 않은 채 규명위를 출범시킨 잘못을 바로잡는 길이기도 하다.

규명위도 주어진 여건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 희생자 유가족과의 갈등 끝에 위원장대행체제로 흐트러진 조직도 하루빨리 정상화해야 한다. 의문사 진상규명은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역사적 과업임을 모든 당사자들이 통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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