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통령이 국정의 우선순위를 과거사 규명에 둘 경우 국론 분열에 따른 미래에 대한 불안 심화로 경제가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박근혜 대표는 이날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에서 노 대통령의 경축사를 직접 들은 뒤 “국민 통합을 이루고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희망을 제시해 줄 것으로 기대했으나 그렇지 못했다”고 평가 절하했다.
손학규(孫鶴圭) 경기지사도 광복절 경축사를 통해 “‘현재가 과거와 싸우면 미래를 잃는다’는 윈스턴 처칠의 경구를 가슴 속에 깊이 새겨야 할 때”라며 경축사 내용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야권에선 노 대통령 경축사의 정략적 의도를 지적하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현재의 문제가 과거 때문에 생긴 것은 아니다. 한국 현대사를 통째로 뒤집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 의문을 제기했다.
민주당 장전형(張全亨) 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지금까지 보여준 청와대와 열린우리당의 행태로 볼 때 국민 다수는 대통령의 과거사 진상규명 특위 구성 제안을 정략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엔 근현대사의 부정적 측면을 청산하자는 게 주류 세력의 전면 교체를 통해 장기집권의 틀을 마련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깔려 있다.
또 노 대통령의 경축사는 최근 열린우리당 개혁 노선의 이완된 분위기를 다잡고 유신독재 등의 과거사 규명을 통해 박 대표에게 압박을 가하기 위한 이중 포석을 깔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대기업 등 재계에서는 “대통령의 경축사가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춰지기를 기대했는데 과거사 청산만 강조돼 실망이 크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열린우리당은 과거 정리 없이는 바람직한 미래를 열 수 없다는 주장을 펴면서 노 대통령의 제의를 환영했다.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과거사 진상규명이 국민을 분열시킨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미래를 위한 과거사 진상규명을 통해 진정한 화해와 국민 통합을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현미(金賢美) 대변인은 “뿌리를 튼튼히 하지 않고 어떻게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겠느냐”며 “자신들의 과거와 관련 있다고 해서 진상규명조차 거부하는 것은 정략적인 태도로서 역사를 사유화하려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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