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단체들은 밀입국한 탈북자들을 ‘안가’라 불리는 보호시설에 분산시킨 뒤 한국 정부와 교섭해 먼저 온 순서대로 한국에 보낸다. 매주 일정한 요일에 동남아 A시에서 인천으로 오는 여객기 뒷좌석에 같은 복장 차림의 승객이 7명 정도가 앉아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바로 순서가 돼 한국으로 오는 탈북자들이다. 1998년경부터 이런 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보호시설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폐쇄형과 자유방임형이 있다.
B국과 C국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가 비교적 좋기 때문에 탈북자들은 일체의 외출을 금지당하고 집안에서 몇 달이건 한국행이 성사되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오전 6시에 기상해 오후 10시에 취침하는 등 짜인 일과에 묶여있다. 탈북자들이 비교적 많이 수용된 B국의 경우 말썽을 일으키는 탈북자는 한국에 늦게 보내는 ‘벌’을 받기도 한다. 특히 이 나라에는 북한 특수부대가 주둔해 있어 탈북자들이 각별히 조심한다. 3개 정도의 안가가 있는 C국에서는 직접 한국으로 올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따라서 B국으로 가는 경유지 역할을 한다. 그만큼 일과도 비교적 느슨하다.
하지만 이 두 나라에 숨어 지내는 탈북자들이 많아지면서 더 이상 ‘안가’ 구실을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방 5개에 200여명이 생활하며 ‘칼잠’을 잘 정도였다. 정부가 이번에 480여명을 한꺼번에 입국시키기로 한 배경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후문이다. 탈북자 지원단체들이 안가의 포화 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통해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는 것이다.
D국에서는 탈북자들이 2, 3명으로 조를 이뤄 각자 집을 잡고 생활한다. 기초 생활비로 1인당 월 80달러를 지원단체가 지급한다. 매주 일정한 날 모임을 갖기도 한다.
27일 입국한 230여명 가운데는 E국 감옥에 수용됐던 탈북자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국은 밀입국하다 체포된 탈북자들을 감옥에 넣지만 중국으로 되돌려 보내지는 않고 있다.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감옥에 둘 수 없어 한국행 길이 나는 대로 교섭단체를 통해 이들을 석방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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