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력지 뉴욕타임스는 13일 북한 노동당 비서 黃長燁(황장엽)의 망명요청사실을 1면 머릿기사로 보도했다. 다음은 기사의 요지.
한국정부는 12일 북한의 최고위 관리중 한명이 망명요청을 해 왔다고 발표했다. 이 사건은 그동안 세계에서 가장 밀폐된 나라 북한의 속사정을 알기 위해 애써 온 서방 정보기관들에는 깜짝 놀랄 만큼 획기적인 소득으로 간주되고 있다.
북한측은 그의 신병이 북경주재 한국공관에 있다는 한국측 발표를 즉각 부인하고 황이 귀국행 기차에 타고 있다고 주장했다.
북한집권 노동당의 비서 11명중 한명인 황의 망명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는 북한에 치명적인 사건이자 북한내 최고위 지도층까지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는 결정적인 징후로 여겨진다.
서방 정보기관의 한 전문가는 『권력핵심부 인물의 망명은 북한내부가 대 혼란에 빠져 있다는 신호이며 절망적인 이 나라의 붕괴 가능성을 시사해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정부는 그가 현재 북경주재 한국공관에 있으며 서울로 데려갈 수 있도록 중국에 요청하겠다고 밝혔으나 북한의 한 관리는 황을 사칭하는 사기꾼에게 한국정부가 놀아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북한의 후견인 역할을 해 오다가 최근에 한국과 더욱 가까워진 중국은 이번 사건으로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중국정부는 지금까지 북한탈출자들을 강제로 송환해 왔지만황의 경우 그가 워낙 고위인사인데다 이미 한국의 수중에 들어가 있기 때문에 그를 돌려 보내도록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다.
황이나 그와 함께 망명한 金德弘(김덕홍)두사람 모두 북한에 각각 처와 네명의 자녀를 남겨 두고 있다. 지금까지 북한은 탈북자의 가족을 강제수용소로 보내왔다.
작년에도 황처럼 유명인사인 김정일의 전처 성혜림이 탈북했다는 한국언론의 보도가 있었고 한국 정부당국도 당시 이를 확인한 적이 있었지만 그녀는 현재 모스크바내 북한측 영내에 살고 있다.
그녀가 망명을 시도했건 아니건 간에 북한을 탈출하는 사람들의 수가 요즘 급증하고 있다는 것은 명백한 사실이다. 그들은 대부분 북한내 주요 정보를 한 보따리씩 갖고 왔지만 황만큼 수년동안 북한내 최고 기밀을 취급했던 사람은 없었다.
〈정리·뉴욕〓이규민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