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씨는 망명 이후 공개강연 등을 통해 김정일(金正日)국방위원장을 떠나올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하면서 북한체제를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는 정부가 남북정상회담 개최합의 사실을 발표(4월10일)한 이래 공개적인 자리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올해 국감에서 증인으로 채택됐으나 출석을 거부하기도 했다.
그의 대북관이나 통일관이 정부의 햇볕정책과 맞지 않아 정부가 활동을 제한했을 것이라는 게 그를 잘 아는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그러나 정부가 황씨의 입 을 지나치게 오랫동안 다물게 한 것이 학자로서의 자존심을 건드렸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제 그는 국정원의 보호에서 벗어나 국민들과 직접 접촉하면서 통일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황씨 본인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의 면담요청 등을 거절해온 국정원의 입장이 당장 난처하게 됐다.
한나라당 목요상(睦堯相)정책위의장은 "황씨의 활동이 제한받고 있다는 일각의 주장이 명백히 확인됐다" 며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해서 북한 실상을 잘 알고 있는 황씨의 활동을 제한한 것은 북한의 비위를 맞추려는 행위" 라고 비난했다.
반면 국정원은 "황씨 등은 보호를 받는 가운데 집필은 물론 지인들을 자유롭게 만나왔다" 며 "황씨는 특정 정치인 면담요청에 대해 자필로 거절의사를 밝혔고, 국감 출석요구에 대해서도 야당의원들과 대면하여 기록을 남기는 진술은 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고 해명했다.
국정원은 또 "황씨가 남북정상회담 이후에도 북한체제 붕괴론을 주장함으로써 북한의 테러위협이 가중돼온 게 사실" 이라며 "황씨 등의 언동이 보호 차원에서나 남북 화해·협력관계 진전에 있어서도 도움이 안된다며 자중할 것을 권장했으나, 황씨 등은 이에 반발해 자의적으로 성명을 발표했다" 고 밝혔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