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당국자는 1일 “장길수군 가족이 중국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을 통해 무사히 입국하긴 했으나 국제적인 관심 증가로 탈북자문제 해결에는 오히려 어려움이 예상된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당국자는 또 NSC 회의에서는 장길수군 가족 문제로 인한 남북관계의 불안정 요인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대책도 함께 논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장길수군 가족 일행 7명은 싱가포르, 필리핀 등을 경유해 지난달 30일 입국했다. 또 행방이 알려지지 않았던 길수군의 형 한길씨와 외삼촌 등 나머지 가족 3명도 지난달 29일 제3국을 거쳐 극비리에 입국해 이날 길수군 가족과 극적으로 재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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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당국자는 이번 사건 처리와 관련, “중국정부가 나름대로 현실을 고려해 현명하게 해결한 것으로 본다”고 환영하고 “이는 중국과 우리 정부와의 신뢰관계 축적이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고, 중국도 북한 및 여타 대외관계를 고려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도 장길수군 가족의 서울 도착에 대해 만족감을 표시했다.
미국 국무부도 지난달 29일 논평을 통해 “우리는 북한주민 일가족이 중국을 떠나 제3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허용한 중국의 조치를 환영한다”며 “우리는 중국이 그들의 국제적인 의무에 따라 인도주의적으로 행동한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탈북 수기집 ‘눈물로 그린 무지개’의 주인공인 길수군 가족 7명은 치밀한 준비 끝에 지난달 26일 UNHCR 베이징 사무소에 진입해 난민지위 인정과 한국망명을 요청한 뒤 중국정부의 추방형식을 거쳐 싱가포르와 필리핀 마닐라를 거쳐 나흘만에 이날 서울에 도착했다.
97년 3월부터 99년 8월까지 모두 다섯 차례에 걸쳐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에 모여 숨어지내던 이들 가족은 중국에서 태어난 아기까지 포함해 모두 16명이었으나 길수군 어머니 등 2명은 북한으로 송환돼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됐으며, 나머지 4명의 행방은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
<김영식·부형권기자>spear@donga.com
▼북 "불순한 망명 조작극"▼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이(장길수가족) 사건은 철두철미 불순한 정치적 목적을 추구하는 음모적 성격을 띠고 있다”며 남측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을 비난했다고 평양방송이 지난달 30일 보도했다. 이는 이 사건에 대한 북한측의 첫 반응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중앙통신과의 기자회견 형식을 통해 “장길수가족은 피난민이 아니라 명백히 비법 월경자들”이라며 “이번 사건은 장길수가 반공화국 그림을 그리도록 꾀어내 남조선 출판물에 실리게 하고는 그들이 송환되면 그것 때문에 처형될 수 있다는 망명구실을 만들어낸 조작극”이라고 주장했다.
대변인은 또 “북남화해를 달가워하지 않는 남조선의 불순세력들과 정보요원들은 이미 전부터 이러한 비법 월경자들을 남조선으로 끌어다가 저들의 음흉한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기 위한 여러 가지 비열한 책동들을 계속해 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6·15 공동선언 발표 1돌을 계기로 전체 조선인민의 민족적 화해와 단합, 통일열망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때에 이러한 반공화국 모략책동으로 찬물을 끼얹고 있는 불순한 처사에 대해 응당한 경계심을 품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중국측도 중조 두 나라 사이에는 극소수의 비법 월경자들이 있지만 피난민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공식확인했다”며 “현재 비법 월경자 가족이 중국땅을 떠났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들의 최종 목적지가 어딘가를 주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영식기자>spea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