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측의 ‘재외 공관이 제3국인을 보호할 권리가 없다’는 입장은 탈북자들이 서방 공관에 진입했을 때도 제기됐던 것이었다.
하지만 중국측은 이를 내부 협상과정에서 ‘일종의 법 절차’로 강조했을 뿐 이를 대외적으로 천명하지는 않았다.
한국측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쿵취안(孔泉) 외교부 대변인이 ‘국내법과 국제법’만 언급한 대목이다. 지금까지 중국측은 항상 탈북자 문제에 대해 ‘국내법과 국제법, 인도주의적 원칙’에 따라 처리하겠다는 원칙을 강조해왔다. 3대 원칙 중 ‘인도주의’ 부분이 빠진 것이다.
이에 대해 한국측은 그 의도를 다각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탈북자들의 한국 공관 진입사실이 언론에 공개된 데 대해 중국측이 맞대응한 성격이 강하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과거에도 탈북자들의 한국공관 진입 사건이 상당수 있었지만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을 경우 이를 문제삼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이번 사건이 언론에 공개된 사실상 첫 사례라는 점에서 ‘전례’가 될 것을 우려했다는 풀이다. 한국 총영사관 진입사건이 탈북자들의 잇단 ‘기획 망명’의 연장선상에 있는 만큼 이번 사건을 서방공관 망명과 똑같이 다룰 경우 중국과 한국의 탈북자 정책 변화로 받아들여질 수 있고 이는 유사사건 재발을 조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입장이 유화적으로 변했다고 판단해 탈북자들의 ‘한국공관 진입 러시’가 이뤄질 경우 동맹국인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측은 중국이 이들을 북한으로 송환하는 등의 극단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한국측이 중국측에 쿵취안 대변인 발언 진의에 대해 묻자 “신병을 우리에게 넘겨달라는 것이지 북한에 송환하겠다는 뜻은 아니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측이 한국 공관에 있는 탈북자들의 출국을 허용한다 하더라도 자신들의 강경한 입장을 대내외적으로 충분히 알린 뒤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이번 사건은 장기전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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