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총영사관에 11일 탈북자들이 대거 진입한 직후 한국대사관 관계자는 이같이 심경을 토로했다.
이날 사건이 지난달 23일 탈북자가 처음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한 이후 6차례나 이어진 탈북자들의 한국공관 진입사태에 큰 분기점이 될 것이라는 뜻이었다. 이들의 처리 방향이 향후 탈북자 사태에 대한 ‘전례’로 굳어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양국 외교채널간의 지루한 줄다리기는 물론 자칫 외교갈등으로까지 비화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사관 측은 일가족을 포함한 9명이라는 적지 않은 인원이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함에 따라 중국의 태도가 보다 강경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중국 측이 지난달 28일 “중국 내 재외공관은 제3국인을 보호할 권리가 없다”며 탈북자 신병 인도를 공개요구한 데 이어 “한국공관이 탈북자들의 서울행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며 탈북자 진입방지 대책을 세울 것을 요구하는 등 그동안의 협상에서 한치도 양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측은 특히 이날 사건을 계기로 “사태가 우려하는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다”면서 더 이상 밀릴 수 없다는 식의 강경대응과 조치를 한국 측에 요구할 공산이 커졌다.
중국 측도 탈북자들의 한국공관 진입 사태에 초강경 태도를 유지할 수밖에 없는 나름의 사정을 안고 있다. 자칫 이번 사건을 잘못 처리할 경우 중국의 탈북자 정책 변화로 받아들여져 ‘기획 망명의 도미노 현상’을 불러올 수 있고 또한 중국 내 비정부기구(NGO)들의 활동을 부추길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또 이번 사건에 대해 유화적인 태도를 보일 경우 자칫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중국에 압력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공관에 진입한 탈북자의 숫자가 증가했다는 것이 중국에 압력이 될 수도, 중국이 강경한 움직임으로 돌아서는 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의 숫자가 증가한만큼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는 점에서 탈북자 9명의 추가진입은 중국정부에도 무언의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 측은 탈북자들의 신병처리가 다소 늦어지더라도 중국 측과의 맞대응은 가급적 피하고 ‘본인 희망에 따른 인도주의적 신병처리’를 거듭 촉구할 방침이지만 중국 측도 당장 아쉬울 것이 없다는 점에서 이들의 신병처리는 해를 넘길 정도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관측도 없지않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yahwang@donga.com
김영식기자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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