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보도내용과 이 기사를 작성한 마틴 추로브 기자가 본보와의 통화에서 밝힌 취재과정을 종합해 보면 미국을 중심으로 여러 나라의 정부 외곽조직과 인권단체들이 협력해 고위급 탈북자들의 망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 추진한 것은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실제로 20명이 망명에 성공했는지는 섣불리 판단하기 어렵다. 추로브 기자는 8명은 망명에 성공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5명은 ‘성공’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망명자 중 3명은 현재 미국 워싱턴 인근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원하 박사는 워싱턴에 있지 않다는 것만 확인됐다.
‘족제비 작전(Operation Weasel)’으로 명명된 이 망명 작전에는 한국인 박모씨, 네덜란드인 N씨 등 각국 탈북자 지원단체 인사들이 관여했다. 제임스 울시 전 미국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회장으로 있는 ‘프리덤하우스’도 깊이 관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주도면밀하게 입안된 망명작전이 구체적으로 추진된 것은 발리 폭탄테러 다음날인 지난해 10월 13일. 미 행정부 관리는 나우루의 여권판매회사를 대행하는 워싱턴의 변호사 필립 개그너를 통해 르네 해리스 당시 나우루 대통령에게 탈북자 망명을 도와달라는 서한을 보냈다.
미국측은 “도와주면 나우루를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비협력국가’ 리스트에서 제외시켜 주고 워싱턴과 베이징(北京)에 무역거래 증진을 위한 공관 설립 자금을 제공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해리스 대통령은 “공관 설립의 더 중요한 목적은 주요 탈북자들을 신속히 망명시키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워싱턴을 방문한 킨자 클로두마 전 나우루 재무장관은 “워싱턴에서 ‘북한작전’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들었다”며 “우리는 북한의 한 핵과학자와 가족을 중국 북부의 한 농가에서 나우루 영사관 승용차에 태워 대사관으로 데려올 예정이었으며 대가로 100만달러를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클로두마 전 장관은 또 딕 체니 미국 부통령의 직계라고 주장하는 스티븐 레이에게서 “공관 설치 자금은 워싱턴의 비영리기구인 ‘국제법센터’등 민간기관이 지원할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나우루를 이용하려 한 초기의 망명자 수송 계획이 실패하면서 나우루의 외교라인은 더 이상 이용되지 않았다. 결국 다른 경로를 통해 망명작전은 성공했으며 작전에 관여했던 사람들은 망명자들이 북한 핵 프로그램에 대한 결정적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망명자들에게 차량과 은신처, 경유지를 제공하는 등 도와주겠다고 약속한 나라는 뉴질랜드 태국 필리핀 스페인 바누아투 등이다. 나우루는 적도 남쪽 42㎞, 호주 북쪽 4000㎞에 있는 면적 21㎢의 작은 섬나라. 호주와 영국의 관리하에 있다가 1968년 공화국으로 독립했으며 인구는 1만2000여명. 망명작전 기획자들은 중국과 외교관계를 맺고 있고 의심을 받지 않을 소국이라는 점에서 나우루를 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기홍기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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