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러첸 “월드컵때 탈북자 1000명 한국 보낼것”

  • 입력 2002년 5월 16일 18시 37분


그동안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의 ‘기획망명’을 주도해온 ‘피랍·탈북자 인권과 구명을 위한 시민연대’의 대표 이서(李犀) 목사는 월드컵 기간에는 이 같은 기획망명을 중단하겠다고 16일 밝혔다.

이 목사는 이날 “외교통상부 고위 인사를 만나 이 같은 의견을 전달했다”며 “월드컵 기간에 중국에 있는 탈북자 1000여명을 배를 이용해 한국에 보내는 계획을 추진해온 독일인 의사 노르베르트 폴러첸 박사(44)와도 만나 기획망명의 일시 중단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폴러첸 박사는 16일자 일본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월드컵 기간에 중국에 있는 탈북자 1000여명을 중국 항구 몇 군데에서 작은 보트에 나눠 태우고 일단 공해로 나간 뒤 미리 준비한 ‘국제 NGO선’에 옮겨 태워 인천항으로 입국시킬 계획”이라고 밝혔었다.

폴러첸 박사는 이 인터뷰에서 ‘국제 NGO’선에는 저널리스트와 인권활동가 등을 동승시켜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고 중국이 방해할 경우 한국의 중국대사관 등에서 단식농성을 벌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 목사는 “기획망명의 궁극적인 목표가 탈북자의 난민 지위 획득인 만큼 이를 위해서는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며 “기획망명의 일시적인 중단이 탈북자 문제 해결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국내의 탈북자 기획망명 관련 단체들을 대표하고 있는 이 목사는 “월드컵이라는 국가적 행사를 무사히 치르는 데 협조함으로써 정부가 탈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도록 이끌어 내겠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 정부는 9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한중 아주국장회의에서 탈북자들의 중국 주재 외국공관 진입 시도 사건과 관련해 중국 내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국내 민간단체(NGO)들을 단속해 유사 사건의 재발을 막아달라고 한국 정부에 요청한 바 있다.

손효림기자 aryssong@donga.com

도쿄〓이영이특파원 yes20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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