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문제와 북한주민 인권

  • 입력 2001년 7월 1일 18시 45분


중국 베이징(北京)주재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에 들어가 한국망명을 요구했던 탈북자 장길수군 가족 7명이 농성 5일만에 무사히 서울에 도착하게 된 것은 크게 다행스러운 일이다.

길수군 가족의 파란만장한 삶은 현재 중국대륙을 떠돌고 있는 탈북자들의 참상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UNHCR의 통계에 따르면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이 3만여명에 이른다. 물론 탈북자들 중에는 식량을 얻기 위해 일시적으로 체류하는 사람, 조선족 친척을 방문해 상당기간 불법체류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으로 돌아갈 수 없거나 돌아갈 의사가 없어 장기간 은신 도피생활을 하는 탈북자들의 사정은 아주 딱하다. 그들이 중국에서 하고 있는 생활이란 그야말로 인간이하다. 수천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는 그같은 탈북자들은 대부분 ‘서울행’을 희망하고 있지만 정작 그 꿈을 이루는 사람은 작년의 경우 300여명에 불과했다.

그런 탈북자들의 법적 지위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는 게 사실이다. 중국측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 등을 들며 정치적 박해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인권침해나 경제적 고통으로 피난한 사람도 난민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최근의 국제적 추세를 볼 때 대부분의 탈북자들에게 난민대우를 부여해 주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면 더욱 그렇다. 그들이 중국에서 얼마나 비참한 생활을 하고 있는지, 그러다 북한으로 다시 끌려갈 경우 어떤 참혹한 형벌을 받는지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중국은 길수군 가족문제를 놓고 북한과 긴밀한 외교적 접촉을 벌였고 그 결과 문제를 신속히 해결할 수 있는 계기를 잡은 것 같다. 양측간에 앞으로의 탈북자문제에 관한 어떤 합의가 있는지는 분명치 않으나 우리로서는 이번 길수군 가족문제가 하나의 긍정적인 선례로 적용되길 기대한다.

중국과 북한 당국은 무엇보다 길수군 가족문제로 탈북자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고조된 사실을 주목하기 바란다. 그런 점에서 우리 정부 역시 탈북자문제 해결을 위해 더욱 정교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근본적으로는 우리 정부나 민간단체 등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문제에 보다 깊은 관심을 보이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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