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10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에서 유성구 전민동으로 가는 택시에서 운전자가 기자에게 던진 말이다. “도대체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 건지. 세상에 철통경비를 외치더니만 그것도 100명 이상이 들어오는데 까맣게 모르다니….”
이번에 탈북자와 조선족 108명이 밀입국한 것은 그 규모나 수법으로 볼 때 사상 유례없는 밀입국 사건이다. 올 들어서도 수 차례 조선족 등이 해안을 통해 밀입국을 시도한 적은 있었으나 인원수가 40∼60명 정도였고 대부분 입국과정에서 당국에 적발됐다.
그러나 이번은 108명 가운데 107명이 일단 밀입국에 성공한데다 나흘이 지난 3일 현재까지 6명만이 붙잡혔다.
해안경비를 담당하는 군과 해경 등은 사태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변명하기에 바쁘다.
밀입국자들은 지난달 24일 중국 다롄(大連)에서 중국어선을 타고 공해상에서 우리 어선으로 갈아탔다. 그리고 이들은 30일 낮 12시반경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에 있는 초전포구에 도착했다.
당연히 입항어선을 검색해야할 해경은 선주(船主)를 안다는 이유로 “고기 많이 잡았느냐”고 묻기만 했지 배 안을 검색하지 않았다. 더구나 이 배가 신고도 하지 않고 다시 초전포구를 출항한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정체불명의 선박을 레이더로 포착한 군은 어떠했나. 초전포구를 떠나 보령시 주교면 고정리 선착장으로 접근하는 배를 발견하고도 군의 선박확인 기동팀은 해경측으로부터 ‘확인한 배’라는 통보를 받고 200m 앞에서 되돌아왔다.
“북한상선이 잇따라 영해를 침범해도 골프장을 떠나지 않은 군 수뇌부가 용서받는 마당에 부하들이야….” 택시운전사의 말이 계속 귓전에 맴돈다.
이기진<사회부>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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