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탈북자 송환 비인도적 처사

  • 입력 2001년 8월 1일 18시 47분


중국정부가 탈북자를 수십명씩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고 있다는 최근 뉴욕타임스지 보도는 충격적이다. 우리가 6월 장길수군 가족 망명 사건 직후 우려했던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정부의 강경조치가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다. 중국정부의 그같은 조치는 한마디로 유감스러운 비인도적 처사다.

국제법은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박해를 피해 본국을 탈출한 사람’ 즉 정치적 난민만 난민으로 인정하고 있는 게 사실이지만 현재 중국에 있는 탈북자들에게는 꼭 그같은 국제법상의 규정만 적용할 수는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탈북자들의 대부분은 인간 이하의 떠돌이 생활을 하고 있다. 항상 단속을 피해 숨어살아야 하기 때문에 각종 질병에 시달리거나 심지어는 범죄에 연루되어 비참한 삶을 마감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들은 국제사회가 정치적 난민 못지 않게 배려해야 할 경제적 난민들인 것이다. 인권보호나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최대한의 지원을 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다.

그러나 중국정부는 그들을 단순한 불법 월경자로 보고 난민이나 또는 일시피난민 지위조차 인정해 주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뉴욕타임스지 보도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최근 탈북자 색출을 위해 보안요원을 총동원하고 있는가 하면 탈북자를 신고하는 사람에게는 보상금까지 지급하고 있다. 한 교회에서 20∼30명의 탈북자가 체포됐다는 증언도 나온다. 그렇게 체포된 탈북자들이 북한에 송환되면 어떤 처벌을 받는지 중국정부도 모를 리가 없을 것이다.

200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중국은 비인권국가라는 자신들의 이미지 개선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런 중국이 생사의 갈림길을 헤매고 있는 탈북자들을 색출해 북한으로 돌려보내는 데 모든 수단을 가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인권국가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겠는가.

우리 정부도 좀더 적극적으로 탈북자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 솔직히 말해 탈북자문제가대북(對北) 햇볕정책이나 중국과의 관계라는 ‘그늘’에 가려 너무 소극적으로 다뤄진 측면은 없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탈북자가 중국 주재 우리 공관을 찾아와 공식적으로 보호 요청을 하는데도 별다른 대책을 제시하지않고있다는얘기도적지않게들린다.

정부는 이번 기회에 중국정부와 좀더 깊숙한 이야기를 나누어 탈북자 문제의 근원적인 해결책을 마련하기 바란다. 중국대륙을 방황하다 북한으로 강제 송환당하는 탈북자들을 이대로 방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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