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거사에서 그들이 노렸던 것은 중국이 탈북자들을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해 그에 따른 처우를 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사건은 지난 번 길수군 가족의 망명사건에서와 같이 중국 정부의 인도적 해결방법 원칙에 따라 제3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방식으로 해결되었다. 탈북자들과 이들을 지원하는 단체들은 지속적으로 중국 정부와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 등에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이것이 현실화될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UN 탈북자 난민 선언 필요▼
난민 인정 문제가 탈북자 문제 해결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 우선 ‘탈북자’들이 국제법상 난민의 개념에 해당될 수 있는 지가 논란거리다. 무릇 국제법상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종, 종교, 국적, 특정 사회집단 소속이나 정치적 견해 등을 이유로 자국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박해를 받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단순히 경제적으로 궁핍해 타국으로 유입된 사람들은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따라서 탈북의 원인이 오로지 먹고살기 어려운 것에서 비롯되었다면 그런 탈북자들을 난민으로 인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탈북의 원인이 경제적 문제뿐만 아니라 북한의 정치체제에 염증을 느끼고 자유를 찾아 탈출했거나 처음에는 경제적 원인만으로 중국에 들어왔지만 중국에서 종교를 갖고, 더욱 북한 정권과 다른 정치적 견해를 갖게 되었다면 국제법상 난민으로 못 볼 바도 아니다. 사실, 현재 중국에서 숨어 지내는 상당수의 탈북자들이 바로 이 범주에 들어가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이들을 돕는 인권단체 관계자들의 주장이다.
중국이 탈북자들에게 난민의 지위를 인정한다는 것은 이들에게 난민에 대한 국제법적 보호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중국 정부에 탈북자가 원하지 않는 한 북한으로 송환하지 않고 그들에게 일정한 생존조건을 마련해주는 일을 부담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당분간은 중국이 이 같은 조치를 취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중국은 북한에 대해 전통적으로 혈맹관계를 강조하고 있어 북한이 극력 반대하는 상황에서 탈북자들에게 난민 지위를 인정하지는 않을 것 같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중국은 탈북자들에 대해 난민지위를 인정할 때 발생할 수 있는 탈북 도미노현상을 크게 걱정하고 있다.
탈북자들로서도 중국이 탈북자들에 대해 난민지위를 인정한다고 해도 그 부담이 오로지 중국 정부의 몫이된다면 탈북자들에게 반드시 좋을 것은 없다. 탈북자들이 대거 몰려들어올 경우 중국 정부는 필시 국경지대에 난민캠프를 설치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렇게 되면 탈북자들의 인권은 더욱 열악한 환경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 탈북자들의 생활은 파키스탄의 난민캠프에 있는 아프간 난민들과 비교하여 더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탈북자들에 대한 중국 정부의 난민 인정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설사 이들에 대해 중국 정부가 난민지위를 인정한다고 해도 이것만으로는 탈북자의 인권문제가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
▼北-中 등 동북아 국가 설득을▼
때문에 탈북자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분명 난민 인정의 방법 이상이어야만 한다. 우선은 정치적인 이유 등으로 북한으로 강제 송환될 경우 박해받을 것이 분명한 탈북자들의 경우에는 중국이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과 관계없이 북한으로 강제 송환하지 않도록 국제적 분위기를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이 특정 탈북자들에 대해서 비록 그들이 중국에 의해 다시 제3국으로 추방되는 한이 있다고 해도 국제법상 난민임을 선언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경제적 유민의 형태로 중국에 들어와 있는 수만명의 탈북자들의 실질적 보호를 위해 유엔이 나서 중국과 북한, 그리고 동북아지역의 국가들을 설득해 이들에 대해 특별한 보호를 제공할 수 있도록 국제적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바로 그런 면에서 유엔 주도 하의 ‘탈북자 문제를 논의하는 동북아협의체’가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박찬운 변호사·‘민변’ 난민법률지원위원장
구독
구독
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