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탈북자 체포 경위에 대해 일중 양국의 주장이 엇갈릴 때만 해도 설마 선진국임을 자처하는 일본이 그랬을까 하는 생각에 반신반의했다. 그러나 탈북자를 ‘수상한 사람’으로 간주해 쫓아내라는 대사의 발언을 대하는 순간 어쩔 수 없이 일본이 고난에 처한 사람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할 것이라는 기대를 접어야 했다. 어떻게 자유와 인간다운 삶을 찾아 필사적으로 외국 공관에 진입하려는 탈북자를 귀찮다는 이유만으로 쫓아버리자는 발상을 할 수 있는가.
중국으로 피신한 탈북자들의 처지는 절박하다. 일본총영사관에서 붙잡힌 5명은 자신들이 작년 6월 서울에 온 장길수군의 친척이라며, 정치적 성명을 발표했던 가장이 체포된 97년 이후 박해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북한으로 돌아간다는 것은 박해 고문 죽음을 의미한다”며 “북한에서 동물처럼 형벌을 받느니 차라리 여기서 죽겠다”고 비장한 각오를 밝혔다. 송환되면 무거운 처벌을 받을 것이 확실한 길수군 친척을 내친 일본은 인권과 자유, 국제사회의 기대를 함께 내던진 것이다.
일본의 ‘부인(否認) 시리즈’도 문제다. 어제는 탈북자들이 망명의사를 담은 영문편지를 일본총영사관 관계자에게 보여주었다는 사실이 공개되자 “부영사가 영어를 읽지 못해 돌려줬다”는 코미디 수준의 해명까지 나왔다. 일본이 눈앞에 닥친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갈팡질팡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런 당당하지 못한 태도가 장기적으로 일본에 무슨 도움이 되는지 묻고 싶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우리를 크게 실망시켰다. 한국인뿐만 아니라 자유와 인권을 신봉하는 세계인들도 실망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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