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두복/´탈북자 해법´ 머리 맞대라

  • 입력 2002년 6월 14일 19시 09분


중국에서 외국공관을 향한 탈북자들의 생명을 건 질주가 하나의 추세로 나타나고 있는 가운데 13일 중국 보안요원들이 허가 없이 한국영사관에 진입해 탈북자를 강제로 끌어내 이를 중국 공안(경찰)이 연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게다가 이 와중에서 공안이 만류하는 한국 외교관들을 폭행하는 일까지 있었다. 국제법상 외국공관은 불가침영역이고 외교관의 신체는 불가침권을 갖는다. 중국 측의 행위는 분명히 외교관계에 관한 빈협약을 위반한 국제법상의 불법행위이며 주권침해행위다. 협력적 동반자 관계를 넘어 전면적 협력관계를 지향하는 양국 관계에서 결코 발생해서는 안 될 일이 발생한 것이다. 한국정부는 이 사건의 책임을 규명하고 향후 이러한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필요하고 적절한 외교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한-중 외교문제화 가능성▼

이번 사건은 중국정부가 자국 내 외교공관에 진입한 탈북자에 대한 신병인도를 요구키로 방침을 결정한 직후 발생했다는 점에서 단순한 우발적 돌출사건으로 보기는 어렵다. 특히 이번 사건은 중국 측이 그동안 추구했던 보다 현실주의적인 유연한 정책에서 탈피해 강경정책으로 선회하고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러한 중국의 정책 전환에는 우선 한국 등 외국공관을 통한 탈북자들의 성공적 한국행은 결과적으로 중국 내 다른 탈북자들의 탈출을 더욱 자극해 하나의 추세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심각한 위기인식이 작용했고 특히 최근 탈북자들의 한국공관 진입이 급격히 증가한 것은 중국정부의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시켰다. 중국 측은 이번과 같은 강경조치를 통해 한국공관 진입을 통한 한국행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중국 내 탈북자들에게 인식시킴으로써 외국공관을 통한 탈북이 하나의 추세로 발전하는 것을 방지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중국정부는 외국공관을 통한 망명의 확산이 시민단체나 국제적 인권조직들에 의해 기획된 결과라는 데 깊은 의구심을 갖고 있기에 한국과의 외교적 마찰이나 국제사회의 비난을 감수하더라도 강경책으로 이러한 단체들에 의한 기획망명의 확산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의지에서 강수를 두었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지금 북-중 관계가 상호 정상교류의 회복을 계기로 다양한 협력채널들이 복구되고 있기 때문에 양국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대두되고 있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긴밀한 협상이 있었을 것이다. 협상과정에서 양국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공동대응의 절박성을 공감했을 것이며 이 점이 바로 중국이 강경정책으로 선회하는 데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앞으로 중국에서 전개되고 있는 탈북자들의 끊임없는 탈출을 효과적으로 저지하지 못해 대량 탈출사태로 발전한다면 이는 북한체제의 붕괴로 연결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데서 북한과 북한사회주의체제의 유지에 중요한 이해관계를 갖는 중국정부가 공동의 이해를 발견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탈북자 문제는 한중간 심각한 외교문제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적 폭발성을 갖고 있는 문제다. 이번 중국 공안의 한국영사관 불법 진입사건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근본적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한 채 하나의 미봉책으로 대응해 가기에는 이미 그 한계를 넘어서고 있음을 잘 상징하고 있다. 따라서 탈북자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양국 정부의 보다 적극적이고 현명한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우선 중국 측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실질적 당사자로서 한국의 위상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들 탈북자는 우리 헌법상 대한민국의 국민일 뿐만 아니라 이들의 절대 다수가 한국 진출을 희망하고 있고 또 중국정부의 제3국 추방도 궁극적으로 한국행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는 이미 한중 양국의 분명한 현안이 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중국 측은 탈북자 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개입을 배제할 것이 아니라 양국간의 중요 의제로 채택해 해결방안을 공동 모색해야 할 것이다.

▼중요 협력의제로 채택을▼

지금 탈북자 문제의 처리와 관련해 중국정부는 지금까지의 소극적 미봉책에서 탈피해 새로운 정책마련을 강요받고 있다. 이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정책결정에 개입을 최대한 절제해온 우리의 기존정책의 변화와 탈북자 문제에 대한 우리의 분명한 원칙 수립을 동시에 요구하고 있다.

앞으로 한국정부는 탈북자 문제에 대한 중국정부의 새로운 접근 조짐이나 정책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 평가를 통해 이를 양국간의 현실적 협력사항으로 의제화하는 적극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박두복 외교안보연구원 교수·국제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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