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족 5명등 탈북9명 北京 한국영사관 또 진입

  • 입력 2002년 6월 11일 17시 59분


지구촌을 휩쓸고 있는 월드컵 열풍 속에 일가족 5명을 포함한 탈북자 9명이 11일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해 한국 망명을 요청하고 나섰다.

이로써 지난달 23일 이후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한 탈북자 수는 모두 17명으로 늘어났으며 향후 이들의 처리문제가 한중관계에 심각한 마찰 요인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부 당국자는 이날 “이미 한국총영사관에 진입한 8명을 포함해 17명 모두가 본인 희망대로 인도적 차원에서 한꺼번에 한국에 올 수 있도록 중국 측과 협상을 통해 일괄 타결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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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중국 정부는 이들 탈북자들을 모두 중국 측에 넘겨줄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 정부는 탈북자들의 잇단 한국공관 진입이 국제 비정부기구(NGO)들의 배후 지원에 의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하고 “따라서 신병처리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중 한국대사관 측은 이날 오전 8시35분(한국시간 오전 9시35분)경 고모씨(58) 일가족 5명을 포함한 남자 6명, 여자 3명의 탈북자가 철제 울타리를 넘어 한국총영사관으로 들어와 한국행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고씨와 부인 조모씨(54), 고씨의 장녀(17), 장남(14), 조카딸(22) 등 일가족과 황모(48) 최모(39) 김모씨(37), 또 다른 김모씨(34)이다.

이들은 담을 넘은 후 영사관 건물 입구의 검색대를 힘으로 밀고 들어갔으며 이 과정에서 경비원 4명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이로 인해 검색대 옆의 대형 유리창이 깨져 일부는 가볍게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앞서 8일에는 베이징주재 캐나다대사관에도 탈북자 2명이 진입해 한국행을 요청해 한국총영사관을 포함해 베이징의 외국 공관에 체류하고 있는 탈북자는 11일 현재 모두 19명에 이른다. 캐나다 소식통들은 “중국 당국이 월드컵 기간 중 탈북자들의 공관 진입 쇄도를 저지하기 위해 이들의 신병처리 협상을 늦추고 있다”고 전했다.

베이징〓황유성특파원 yshwang@donga.com

김영식기자 spea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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