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IAEA 사찰단은 조사 내용과 일정 등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등 조사 결과가 미칠 수 있는 미묘한 파장을 우려하고 있는 분위기다.
▽국내 2, 3곳 시설이 조사 대상=20일 과학기술부에 따르면 2차 사찰단은 대전 한국원자력연구소와 서울 공릉동의 연구용 원자로 등 2, 3곳을 조사할 예정이다.
사찰단은 2000년 우라늄 분리실험과 1982년 플루토늄 추출 실험에 쓰인 핵 물질에 대한 시료 채취와 실험장비 등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게 된다.
과기부 관계자는 “사찰 일정은 24시간 이전에 통보하도록 되어 있어 사찰 대상이 서울과 대전 등 2, 3곳 정도라는 윤곽만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IAEA 사찰은 △계량관리(핵 물질 재고 확인 및 기록 점검) △봉쇄 및 감시(감시카메라 설치 및 핵물질 봉인) △샘플 채취 및 분석(방사능 측정, 시료 채취, 육안 검사, 인터뷰) 등으로 진행된다.
이번 2차 조사는 1차 조사(8월 29일∼9월 4일)의 보완 조사 성격이라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1982년 추출된 플루토늄 시료 채취 등을 위해 IAEA측이 2차 조사를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찰단은 또 △1982년 플루토늄 실험 참가 과학자 4, 5명 △2000년 우라늄 동위원소 분리실험에 참여한 한국원자력연구소의 양자광학기술개발팀 연구원 3, 4명 등을 만나 실험 동기와 경위 등을 조사할 것으로 보인다.
▽조사 전망과 한계=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11월 25일 IAEA 정기이사회 이전에 추가 조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고 정부 당국은 판단하고 있다. 또 IAEA 조사가 11월 이후로 연장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하메드 엘바라데이 IAEA 사무총장은 13일 “한국에 대한 조사가 11월까지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조사를 지속할 것”이라며 “조사 과정에서 발견한 내용과 한국의 협조 여부에 달려 있다”고 언급했다.
이는 당사국의 동의가 있어야 사찰이 가능한 IAEA의 제도적 한계를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현재의 사찰 기술로 상업용과 군사용 핵 기술에 대한 구분이 쉽지 않다는 기술적 한계와 이로 인해 국내의 평화적 핵 기술 개발에 불필요한 오해가 증폭될 수 있다는 점 등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국내 한 원자력 전문가는 “평화적인 원자력 기술 연구는 IAEA 규정에 따라 신고만 잘하면 할 수 있다”면서도 “연구자들이 사찰 분위기에 스스로 위축당될 수 있다는 점이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박 용기자 parky@donga.com
이충환 동아사이언스기자 cosm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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