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들은 의원 차량이 들어올 때마다 구호를 외쳤고, 건물 로비에서 공사 민영화와 정부의 가스산업 정책에 반대하는 퍼포먼스도 벌였다. 여야 의원들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었으며, 일부는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했다.
오전 10시. 산자위원회 맹형규(孟亨奎·한나라당) 위원장은 오강현(吳剛鉉) 사장의 증인선서에 앞서 “노조원들이 평일 근무시간에 시위를 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질타했다. 이어 한나라당 김용갑(金容甲) 의원과 열린우리당 오영식(吳泳食) 의원 등이 잇따라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결국 사장의 공식 사과 후 감사를 시작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지만, 갑자기 마이크 고장으로 스피커에서 굉음이 터져 나와 감사는 중단됐다. 논란 끝에 오후 2시 감사가 재개되자 의원들은 작심한 듯 가스공사의 방만 경영과 근무기강 해이를 나무랐다.
열린우리당 김태홍(金泰弘) 의원은 “국민이 실직에 허덕이고 있는데 평균임금이 5000만원인 사람들이 근무시간에 망치를 들고 퍼포먼스를 할 수가 있느냐”고 따졌다. 한나라당 김기현(金起炫) 의원은 “가스공사가 3월부터 6월까지 발전사들로부터 계산착오로 판매대금 113억원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이규택(李揆澤·한나라당) 의원은 “가스공사가 퇴직자 모임에 2억5000만원을 기부하는 등 기부금 53억원 중 18억원이 사적인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주장했다.
김용갑 의원은 “최근 4년간 전기요금은 2%가 올랐지만 가정용 가스요금은 37%가 인상돼 ‘회사 민영화는 백지화시키고, 임금만 민영화시켰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고 꼬집었다.
가스공사는 김대중 정부 당시 민영화가 추진됐으나 노조의 반발로 현 정부 들어 공기업 체제 유지로 정책이 변경됐다. 가스공사 노조는 정부가 추진 중인 신규사업자 시장 진입과 기업체가 직접 쓰는 LNG의 직도입 허용에 반발해 왔다.
산자위는 이날 가스공사에 대한 국감을 한 차례 더 열어 방만 경영의 실태를 따지기로 결정했다.
이 훈기자 dream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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