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 문제는 선진국 진입을 위해 반드시 정리하고 넘어가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박 총재는 이날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한은 국정감사에서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한은 금융망을 통해 거래된 금액은 총 2경2000조원으로 이미 경 단위 통계를 사용하고 있다”며 화폐단위 변경의 필요성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한은은 화폐단위 변경을 위한 특별대책팀을 구성해 유럽 12개국의 화폐제도 개선 사례를 집중 연구했다.
▶‘화폐단위 변경’ 추진 논란(토론장)
박 총재는 “이 연구에는 새 화폐 발행시 위조지폐 방지를 위한 19가지 첨단 장치를 넣는 문제와 새로운 도안 인물, 규격, 용지의 품질 개선 방안 등이 포함돼 있다”고 설명했다.
화폐단위 변경으로 인플레이션이 유발되고 사유재산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그는 “한은의 연구 결과를 잘 모르고 과거 화폐개혁의 악몽을 떠올리는 데서 비롯된 기우”라며 “사유재산 침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새 화폐의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정부가 결정할 사항이며 한은은 그 결정에 따를 뿐”이라고 말했다. 화폐단위 변경에 앞서 ‘5만원권’을 발행할 뜻이 없느냐는 질문에 그는 “정부가 고액권 발행을 결정하면 고액권을 발행할 수 있다”며 공을 정부로 돌렸다.
한편 박 총재는 적정 외환보유액 논란과 관련해 “현재의 외환보유액 1700억달러는 국가 부도사태에 대비한다는 측면에서는 충분한 수준이지만 통일 상황을 고려하면 많지 않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美 먼델교수 “0숫자만 줄일뿐 시장혼란 불보듯”▼
“한국의 화폐단위 변경(리디노미네이션)은 숫자 0의 개수를 줄이려는 것 외에는 의미를 찾기 힘들다.”
199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석학 로버트 먼델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72)는 13일 서울 광진구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기자들과 만나 “한국의 현 상황에서 화폐단위를 바꾸는 것은 시장의 혼란을 초래할 가능성이 더 크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화폐단위 변경이 자국 경제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면 모르겠으나 일반적으로 숫자만을 축소시킬 경우 구(舊) 화폐에 익숙해져 있는 일반 대중과 시장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한국사회 일각의 화폐단위 변경 움직임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먼델 교수는 국제경제학 분야에서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특히 ‘최적 통화지역’ 이론을 통해 1999년 출범한 유럽 단일통화의 이론적 토대를 제공해 ‘유로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는 매일경제신문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공동주최로 열린 ‘제5회 세계지식포럼’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한국경제의 전망과 관련해 그는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가 되려면 앞으로 10년간 매년 7.2% 정도의 경제성장을 유지해야 하지만 이는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아시아 각국이 환율과 금융 분야에서 협력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김상훈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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