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회에서 음악을 즐기려면 돈과 시간, 건강이 있어야 합니다. 장애인들을 만난 뒤 그들이 세 가지 중에서 한 가지도 갖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들과 음악을 함께 나눠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 교수야 말로 ‘나눔의 정신’을 강조하는 ‘뉴 라이트 운동’을 음악을 통해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우 교수는 2002년 부산 아시아경기대회 주제가를 포함해 국내 유수 무용극의 작사 작곡을 맡은 ‘정통 음악가’. 그러나 산골 재활원에서 열리는 공연에서 우 교수는 산타클로스 복장이나 허리에 붉은 띠를 맨 턱시도 차림으로 장애인 어린이들과 흥겹게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한다. 영락없는 ‘광대’의 모습이다. 레퍼토리는 ‘마법의 성’ ‘아빠와 크레파스’ ‘징글벨’ ‘곰 세 마리’ ‘그대로 멈춰라’ 등 아이들이 좋아하는 곡들이다.
“좋은 시설에서 열리는 정통 음악회가 여유 있는 이들을 위한 ‘햅쌀밥’이라면 초라한 공연장에서 공연되는 내 음악은 사흘 굶은 이들을 위한 ‘묵은밥’ 같은 겁니다. ‘시장이 반찬’인 음악, 배고픈 이들이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음악이 바로 제 음악입니다.”
그는 장애인들과 10여 년을 함께하며 장애인 문제에 대해 나름대로의 ‘철학’도 갖게 됐다. 그는 장애인 자녀를 돌보는 어머니들의 일상과 미래에 대한 불안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어머니의 하루’라는 시를 짓기도 했다.
‘버스를 타면 앞자리 승객 머리 만지지 마라/마주보고 앉는 전철에선 발 흔들어 앞 사람 옷에 흙 묻히지 마라/시장에 가면 이 자리 저 자리 다니지 말고/수저통 괴롭히지 마라, 저 봐 아줌마 쫓아와 이놈 한다.//하기야 이만 하면 견딜 만도 하지/떨어뜨리면 주워주고 흙 묻히면 털어주고/남들 성가시게 하면 대신/미안합니다 하면 그만, 그러나/이 담에 혼자되면 그땐 어떻게 하나.’
“장애를 가진 사람을 ‘장애인’으로 보는 한국 사회야말로 ‘장애 사회’입니다. 장애인들을 사회에 맞춰 ‘적응’시키기보다 장애인들이 그들 모습 자체로 살아가는 데 어려움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가는 것이 우리들이 해야 할 몫입니다.”
우 교수는 지난해 여름부터 ‘음악 나누기’의 범위를 더욱 확대하기 시작했다. 문화관광부의 지원을 받아 전국 보육원의 어린이들을 위한 음악교육을 하고 있다. 오카리나, 뱀벨(대나무로 만든 악기) 등을 이용한 음악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강사를 교육시켜 전국의 보육원에 파견하는 것이 그의 일이다.
우 교수는 한국의 문화계에도 많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목소리만 큰’ 개혁은 믿지 않는다.
“‘내가 이만큼 안다’는 걸 과시하는 것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옳다고 믿는 부분이 있으면 자신이 바로 그렇게 살면 됩니다. 그것이 바로 ‘행위 평론’이자 ‘실천 평론’입니다.”
우 교수는 음악계 내의 ‘정치적’ 활동과 거리를 두고 있을 뿐 아니라 자신의 활동이 진보니 보수니 한쪽으로 분류되는 것도 원치 않는다. 그러나 ‘자유’와 ‘창의’를 강조하는 그의 정신세계는 뉴 라이트가 지향하는 방향과 일맥상통한다.
“모든 사람이 같은 목표를 놓고 경쟁한다면 결국 삶은 치열한 ‘밥그릇 싸움’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자기다움’을 목표로 경쟁한다면 사회는 얼마든지 발전할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광혁 다운’ 음악을 하려고 합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우광혁 교수는▼
△1962년 강원 원주시 출생
△1988년 서울대 음대 졸업
△1988∼1990년 월간객석 기자
△1992년 파리 4대학(소르본) 박사준비과정 졸업
△1997년 한국예술연구소 연구위원
△1998년∼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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