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홍관 “정형근이 직접 성기고문”

  • 입력 2004년 12월 13일 16시 44분


민족해방애국전선 중부지역 책임자였던 양홍관씨가 13일 '당시 안기부 간부였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직접 성기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팔당생명살림연대
민족해방애국전선 중부지역 책임자였던 양홍관씨가 13일 '당시 안기부 간부였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직접 성기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팔당생명살림연대
열린우리당 이철우 의원을 민해전(민족해방애국전선)에 끌어들인 것으로 알려진 양홍관(45)씨가 “당시 안기부 수사차장보였던 정형근 한나라당 의원으로부터 직접 성기 고문을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양씨는 13일 동아닷컴과의 전화통화에서 “92년 9월 12일 잡히자마자 안기부에 끌려가 옷이 다 벗겨진 채 각종 고문을 당했다”며 “2,3일 후 ‘사장’이라고 불리는 한 남자가 고문실로 들어와 ‘이 새끼, 완전 꼴통이구만’이란 욕설과 함께 들고 있던 막대기(두께 1cm·길이 30~40cm)로 성기를 때린 후 ‘이 새끼, 족쳐’란 말을 남기고 밖으로 나갔다”고 말했다.

양 씨는 “처음에는 ‘사장’ 이란 존재가 누구인지 몰랐으나 98년 8·15 특사로 나와 보니 국회의원으로 변신한 정형근이었다”고 회상했다.

양씨는 “끔찍했던 당시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써 외면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이철우 의원 사건과 관련해 정 의원이 ‘고문을 한 적이 없다’고 뻔뻔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을 보니 참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양 씨의 이런 주장과 관련해 정 의원은 이날 동아닷컴과의 통화에서 “터무니 없다”면서도 “걸핏하면 고문당했다, 고문 조작했다고 하는데 이런 버릇을 고쳐 놓기 위해서 양씨를 형사고소 하겠다”고 밝혔다.

정형근의원. 동아일보 자료사진

정 의원은 “당시 나는 수백건의 사건을 지휘하는 위치(수사 차장보)에 있었다”면서 “(기관의) 구조상 차장보가 고문한다거나 직접 면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또 “차장보가 움직이면 많은 사람들이 따라 움직이는데 (설사 만났다고 해도)그 많은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누굴 때렸겠냐”고 덧붙이며“김낙중 같은 거물 같으면 모를까 양 씨 같은 사람은 알지도 못하고 또 내가 만날 이유도 없었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는 이어 “당시 사건은 거물들이 많아 초기부터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모임(민변)’이 자주 면회를 했고 당시 야당 총재이던 김대중 전 대통령의 보좌관인가 비서인가가 이사건으로 구속됐다”며 “이 때문에 대선에서 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에게 졌다고 생각 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훗날 대통령이 되고 난 뒤 이 사건을 샅샅이 조사했지만 별다른 혐의점을 찾지 못했다”면서 “만약 고문과 같은 사실이 있었다면 큰 문제가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은 “터무니 없는 말을 한 그 사람은 지금 쯤 (거짓주장을 한 것을)후회 하고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양씨는 정 의원의 이 같은 반응에 대해 “잘 됐다. 제발 고소를 했으면 좋겠다”며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릴 뜻이 있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민족해방애국전선 강원도위원장이었던 양씨는 이날 SBS라디오에 출연, 이철우 의원이 민해전에 가입했다는 주장은 안기부에 의해 조작된 것 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자신이 민해전 강원도당위원장으로 활동하면서 이 의원을 민해전에 가입시켰다는 일부 언론 보도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92년 민해전과 별도조직인 ‘조국통일민족해방전선’을 자신의 주도로 만들었는데 이 의원은 그때 가입했다는 것.

양씨는 “87년 6월 항쟁때 이 의원과 처음 만나 지금까지 친구로 지내왔으나 총선이후 가는 길이 다르다고 생각돼 지금은 조금 소원해졌다”라고 밝혔다.

박해식 동아닷컴기자 pistol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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