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철우 논란]“黨 정체성 걸린 일” 與野 전면전 양상

  • 입력 2004년 12월 12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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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이철우(李哲禹) 의원의 조선노동당 가입 논란이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전면전으로 치닫는 양상이다.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과 맞물려 자칫 밀렸다간 당의 정체성까지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각 당 지도부에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은 휴일인 12일 국회 기자실에서 번갈아 기자회견을 하며 ‘색깔 공방’을 벌였다.

▽열린우리당, “결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이 의원에 대한 공소장, 수사기록, 판결문 등 모든 자료를 분석한 뒤 이 의원이 조선노동당에 가입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 의원이 고문에 못 이겨 당시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의 요구대로 진술했다며 ‘고문 시비’에 불을 지폈다. 과거 공안정국의 중심에 한나라당의 뿌리가 있음을 집중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국회 간첩조작사건’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국보법 악용 사례에 대한 국정조사 추진 방침을 밝혔다. 당내에 고문피해사례 신고처를 만들기로 하는 등 ‘확전’ 준비에 들어간 것도 같은 맥락이다.

비대위는 회의 직후 기자회견을 갖고 1992년 천주교 정의구현 전국사제단 등 30여 개 단체가 공동 제작한 ‘남한 조선노동당 사건 자료집’을 제시했다. 자료집에는 “이철우의 경우 연행 후 2, 3일 동안 주먹쥐고 물구나무서기와 무차별 구타를 당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당내 386 등 재야운동권 출신 의원들은 당 지도부에 국가보안법 폐지안의 ‘연내처리 유보방침’ 철회를 촉구하는 서명운동까지 추진할 태세다.

이들은 13일 오전 국회에서 비공개 모임을 갖고 성명 내용을 확정한 뒤 의원 100여 명을 상대로 서명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한나라당의 ‘사전기획설’ 등 한나라당 지도부에 대한 공세도 펼쳤다. 또 13일 함세웅(咸世雄) 신부와 효림 스님 등이 참석한 가운데 조찬기도회를 갖는 등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투쟁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한나라당, “진실을 밝혀라”=이 의원 사건에 대한 열린우리당의 ‘오락가락’ 대응을 집중 공략했다. 여당이 8일엔 “판결문을 보자”고 별렀다가 9일 이 의원의 1, 2심 판결문이 공개되자 “사건 전체가 고문으로 조작됐다”고 말을 바꾼 것을 문제 삼았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12일 기자회견에서 “여당은 유리하다고 판단할 때 판결문을 이용하다가 불리하니까 이를 부인하거나 결정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열린우리당의 주장에 대해 이 의원 관련 판결문을 조목조목 제시하며 반박했다.

심재철(沈在哲) 전략기획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 의원은 2, 3심에서도 민족해방애국전선 구성원이라고 주장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당 지도부는 ‘색깔 시비’를 차단하기 위해 이 의원 사건에 대해서는 철저히 사실 관계에 입각한 공세를 펴기로 했다. 일부 의원의 ‘튀는’ 발언이 불필요한 정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 의원 행적에 대해서도 판결문으로만 문제를 제기했다.

그러나 당내에선 여야 지도부를 싸잡아 비판하는 의견도 나왔다.

홍준표(洪準杓) 의원은 이날 낮 기자간담회를 갖고 “옛날 사건을 끄집어내 문제 삼는 야당이나 한나라당 의원 제명 운운하는 여당의 태도 모두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당내 새정치수요모임과 국가발전전략연구회가 국보법 개정안을 13일 내고 당론 채택을 추진할 방침이어서 주목된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박민혁 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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