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의원총회를 앞둔 각 정파는 국가보안법 등 쟁점 법안 처리 방향을 놓고 첨예한 시각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길게는 당 정체성은 물론 대통령 선거 전략을 둘러싼 공방으로 불길이 번질 기세다.
▽‘개혁 블록’ 태동?=태풍의 눈은 남경필(南景弼) 원희룡(元喜龍) 정병국(鄭柄國) 의원 등이 주축이 된 ‘새정치 수요모임’의 행보. 남 의원은 18일 “지난해 4개 쟁점 법안 처리 과정에서 지나치게 우경화된 당을 개혁적 중도 보수 노선으로 바로잡기 위해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여권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정쟁에서 비켜서는 대신 열린우리당이 대야 공세를 떠맡는 ‘투 트랙(two track)’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며 “한나라당은 여권의 의도에 말려 정쟁의 늪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이재오(李在五) 김문수(金文洙) 의원 등이 중심이 된 국가발전전략연구회(국발연)와 중도 성향의 ‘국민생각’도 당 쇄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모임이 연대해 ‘개혁 블록’을 결성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아직도 모임간의 감정의 골이 깊기 때문이다.
‘국민생각’ 회장인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꼴통보수’는 차기 대선 승리에 걸림돌이 되고, 소장파는 당 갈등을 증폭시켰다”며 “당 지도부도 지난해 말 융통성 없는 아집덩어리로 비쳐졌다”고 지적했다.
▽“보수는 뭉쳐라”=‘자유포럼’ 소속 영남권 보수 성향 의원들은 ‘범 보수 세력 결집론’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영남 적자(嫡子)론’에 기반을 둔 보수진영 대 진보진영의 구도로 정계 개편을 해야 한다는 것. 당내 개혁 성향 의원들이 당 쇄신 목표를 ‘영남 기득권 타파’에 맞춘 데 대한 선제공격의 성격이 짙다.
자유포럼 대표인 이방호(李方鎬) 의원은 18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한나라당은 발전적 해체를 한 뒤 호남 충청지역과 연합한 범보수 정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과 개혁적 중도 노선을 표방한 의원들의 정면 대결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 대결이 당장 당 해체의 신호탄이 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정계 개편 논의는 여권의 ‘핵분열’과 맞물려야 현실성을 띠는 데다 제휴 대상으로 거론된 민주당과 자민련 등의 반응도 시큰둥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표의 대응=박 대표 측은 ‘온건 개혁론’으로 정면 돌파할 태세다. 개혁 그룹엔 당 쇄신의 비전을 던지고, 강경 보수 그룹엔 “급진적 개혁은 없다”고 안심시켜 개혁 논쟁을 잠재우겠다는 전략이다.
박 대표 측은 ‘개혁적 중도 보수’ 노선을 분명히 한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와도 제휴를 모색하고 있다. 김무성(金武星) 신임 사무총장이 양측의 거중 조정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도 불씨는 남아 있다. 박 대표 측은 일부 소장파의 ‘우경화’ 비판에 대해 “자유시장경제의 핵심 가치를 지키자는 것도 ‘꼴통보수’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머지않아 꾹꾹 눌러 두었던 양측의 감정이 폭발할지 모른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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