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街 막전막후]열린우리-민주 합당론 모락모락

  • 입력 2005년 1월 23일 18시 4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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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고려 없지는 않았죠”노무현 대통령(왼쪽)은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부총리 자리를 제의한 것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문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치적 고려 없지는 않았죠”
노무현 대통령(왼쪽)은 23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당 김효석 의원에게 교육부총리 자리를 제의한 것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의 합당 문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치적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을 교육부총리로 기용하려던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깜짝 카드’는 불발됐지만 정치권에 미친 파문은 적지 않다. 민주당은 이를 ‘민주당 파괴공작 미수사건’으로 규정하며 청와대와 여권을 직접 겨냥해 파상공세를 펼치고 나섰다. 이에 노 대통령이 23일 직접 해명에 나섰지만 ‘열린우리당-민주당’ 간 합당 논란의 불씨는 오히려 확산되는 형국이다.》

▽왜 민주당 소속인가?=논란의 핵심은 합당 논란이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하필이면 민주당 출신 의원을 교육부총리에 임명하려 했다는 점에 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예고 없이 청와대 춘추관을 찾아 김 의원에게 교육부총리를 제의한 과정을 설명하면서 정치적 파문을 진화하려 애썼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번 제안이 합당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민주당과의 우호관계라는 정치적 고려를 한 것은 분명하다”고 털어놓았다. 실제로 ‘김효석 카드’는 불발됐지만 민주당에 대한 우호적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한 셈이다.

특히 김 의원에 대한 의사 타진에 앞서 민주당 지도부를 상대로 아무런 사전 양해가 없었다는 점이 논란을 빚는 대목이다. 민주당에서 ‘의원 빼가기’ 공작이라고 규탄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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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노 대통령으로선 ‘김효석 카드’가 성사됐을 경우 분당 이후 소원해진 민주당과의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합당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는 점까지 당연히 계산에 넣었다고 보는 것이 정치적 상식이다.

실제 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29일 전남 목포를 방문했을 때에도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 따로 있지만 이 시대에 있어 민주적 개혁노선에서는 같이 가고 있다. 개방적, 미래지향적, 민주적인 방향을 추구했던 정당이 열린우리당과 민주당”이라고 민주당에 구애(求愛)의 메시지를 이미 보낸 일이 있다.

이후 노 대통령은 틈나는 대로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을 치켜세우는 발언을 해왔다. 핵심 측근인 열린우리당 염동연(廉東淵) 의원이 지난해 12월 21일 민주당과의 합당론을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도 노 대통령의 속내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호남지역에서조차 노 대통령 지지도가 급락한 것에 위기감을 느낀 것도 물론 작용했다.

▽여권에선 물밑 접촉?=그동안 여권 내에선 민주당과의 ‘합당설’이 끊임없이 거론돼 왔다.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공식 통로는 아니지만 청와대 일부 인사를 비롯한 여권 고위관계자 등이 민주당과의 합당 방안을 모색해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직간접으로 한화갑(韓和甲) 민주당 대표의 의중까지도 타진해왔다는 후문이다.

이 관계자는 “김 의원을 비롯한 민주당 일부 의원들도 합당에 적극적이었다”면서 “당장 당 대 당 통합은 아니더라도 어쨌든 같은 한 몸으로 출발했다는 점이 중요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특히 호남 출신 열린우리당 의원들 사이에선 “이대로는 안 된다”며 합당 필요성을 더욱 강하게 압박해 왔다. 강경파가 주도하고 있는 열린우리당 분위기로는 정당 지지도에 한계가 있을 뿐 아니라 ‘노 대통령을 만든’ 호남을 감싸 안지 않으면 선거 패배가 확실하다는 위기감도 팽배한 실정이다.

▽전망=양 당 간의 합당 논의는 상당기간 수면 아래에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열린우리당에선 가급적 그 시기를 앞당기려고 하는 반면 민주당에선 내년 지방선거 때까지는 독자적인 길을 가겠다는 입장이어서 진통이 예상된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급한 쪽은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라며 “내년 지방선거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도 늦지 않다”면서 느긋한 입장을 보였다.

민주당으로선 호남 지지를 기반으로 유리한 선거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되는 지자체 선거 이후에 당 대 당 통합을 할 경우 ‘파이’를 더욱 키울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4·30 재·보선 결과 열린우리당의 성적표가 시원찮을 경우엔 여권 내 민주당과의 합당 논의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정가에선 관측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전여옥(田麗玉) 대변인은 논평에서 “민주당 의원 빼가기를 통해 자신이 태어난 어머니의 집을 허물어뜨리겠다는 여권의 반인륜적인 정치적 음모는 당장 그만둬야 옳다”고 비난했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盧대통령 ‘김효석 부총리카드’ 파문 해명▼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23일 민주당 김효석(金孝錫) 의원에게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직을 제의한 데 대해 “선의로 한 일로 이번 일은 열린우리당과 민주당 간의 합당 문제와는 아무 관계가 없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합당 문제는 당에서 판단할 문제로 나는 관여할 생각이 없다. 김 의원에게는 당적 이탈을 비롯해 어떠한 조건도 내걸지 않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정치적인 고려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면서 “그 정치적 고려의 상한선은 당 대 당의 우호적 관계 수준”이라고 말해 이번 제안이 민주당의 협력을 구하려는 차원에서 이뤄졌음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노 대통령은 “김 의원과 정책 활동을 많이 했기 때문에 잘 아는 사이고 경제계의 요구를 정확하게 반영해 (대학)개혁을 추진해 갈 사람으로 내가 추천했다”면서 “본인이 승낙하면 민주당과 협의하려 했으나 타진 과정에서 공개돼 그런 절차를 밟을 여지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노 대통령은 “새해를 맞이했을 때 국민이 내게 ‘경제’와 ‘포용’ 두 가지를 주문했다”며 “폭넓게 인재를 구하라는 것이 사회의 일반적 요구인 만큼 널리 사람을 구해 쓰겠다”고 말해 가급적 코드 인사를 피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노 대통령은 “전문가를 활용할 줄 알고 각계의 이해관계를 잘 조정할 수 있는 사람이 제일 좋은 장관”이라며 “장관은 민주주의 사회에서 대표적인 정무직이기 때문에 ‘정치인 장관’이 가장 적절하고 민주주의 책임정치에도 맞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신낙균(申樂均) 대표대행은 이날 긴급간부회의에서 “전당대회를 불과 10여 일 앞둔 상황에서 정치 도의상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며 “(김 의원이) 교육에 직접 관련이 없는 분이라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정치적 의도에 의한 것이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유종필(柳鍾珌)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이번 사건을 노 대통령의 ‘민주당 파괴공작 미수사건’으로 규정한다”면서 “노 대통령이 당적을 불문하고 인재를 기용하고 싶다면 먼저 열린우리당 당적을 버리고 경제 살리기에 전념하라”고 지적했다.

김정훈 기자 jnghn@donga.com

최호원 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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