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의 저류(低流)=대한체육회장 선거는 49개 산하 협회장들이 각각 1표를 행사하는 직선제로 치러진다. 여권은 김 회장을 미는 쪽으로 입장이 정리된 상태. 김 회장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부산에서 동고동락한 오랜 정치적 동지. 또 지난해 총선에서 낙선한 김 회장에 대한 보은(報恩)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 당초 김 회장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에 이름이 오르기도 했으나 2002년 대선자금 문제로 재판을 받으면서 이재정(李在禎) 전 의원이 그 자리에 갔다.
열린우리당 의원인 이종걸(李鍾杰) 대한농구협회장, 문화관광위 소속인 안민석(安敏錫) 의원 등이 김 회장을 미는 데 특히 적극적이다. 청와대 내에서도 부산지역 인맥을 중심으로 김 회장을 밀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김 회장을 지지하는 표면적 이유는 ‘개혁성’. “체육계의 오랜 고질적 관행을 털어버리고 구조적 개혁을 하는 데 김 회장이 적격”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 회장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특유의 친화력과 안정감을 바탕으로 적지 않은 바닥표를 확보하고 있어 여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 김운용(金雲龍) 전 회장의 잔여임기를 대신하면서 크게 흔들릴 수도 있었던 체육계를 안정시켰다는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곤혹스러운 전북 의원들=김원기(金元基) 국회의장의 처지가 가장 난감하다. 이 회장과는 전주고 동기이자 죽마고우다. 또 이 회장은 김 의장의 후원회장이기도 하다. 게다가 김덕배(金德培) 대한아이스하키협회장이 김 의장의 비서실장이고, 조종성(趙鍾成) 대한궁도협회장도 김 의장의 측근이다. 김 의장은 김정길 회장과도 막역한 관계다. 구 민주당과 ‘통추’를 함께했던 동지이다. 이 때문에 김 의장은 말을 아끼고 있다.
전북 출신인 정세균(丁世均) 원내대표, 이강래(李康來) 의원 등도 두 사람 모두와 인연이 깊다. 전북 출신의 한 의원은 “정치적으로는 김정길, 심정적으로는 이연택”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를 중심으로 김 회장을 미는 데 대한 반감도 없지 않다. 전북 출신의 한 여권인사는 “저쪽(부산)에서 다 먹겠다는 것 아니냐”고 노골적인 불만을 토로했다.
정동채(鄭東采) 문화관광부 장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문화부가 ‘선거 불개입’을 천명한 데 대해 김 회장을 미는 여권인사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사전에 물밑조정도 못한 정 장관이 일을 꼬이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관전 포인트=삼성과 현대 등 재계가 어느 쪽으로 가느냐도 변수다. 6명의 협회장이 삼성 출신이고, 4명의 협회장이 현대 출신이다. 문화부가 개입하지 않는 상황에서 여권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나 미칠지 관심이다. 정몽준(鄭夢準) 대한축구협회장은 이 회장과 개인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지만 여권과도 마찬가지다.
전체적으로 보면 정치적인 힘은 김 회장이, 체육계 내의 기반은 이 회장이 강하다. 여권의 압박이 있더라도 개별 협회장에게 쉽게 먹힐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서서히 정치권도 달아오르고 있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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