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길은 총리실로 통한다.”
분권형 국정운영 체제 도입 후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일상적 국정운영을 직접 챙기면서 정·관가 주변에 나도는 얘기다. 그러나 이에 따른 문제점도 없지 않다.
▽“세진 것 같긴 한데…”=요즘 국정은 이 총리를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덕수(韓悳洙) 전 국무조정실장이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으로 발탁되고, 후임 국조실장에 조영택(趙泳澤) 전 기획수석조정관이 내부 승진한 데는 이 총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무조정실장 아래 기획수석조정관을 ‘기획차장’, 사회수석조정관을 ‘정책차장’으로 바꾼 조직개편 역시 이 총리의 작품이다. 총리실 내에선 신설된 두 차장(차관급)에 내부 인사가 기용될 것으로 기대한다. 기획차장은 내부승진하고, 정책차장은 최경수(崔慶洙) 현 사회수석조정관이 수평이동하지 않겠느냐는 전망이다. 이 총리가 정치권이나 경제 부처로부터의 인사 외풍을 막아낼 것이라는 예상 때문이다.
총리실 직원은 이 총리 취임 당시 460여 명에서 610여 명으로 늘었다. 증원된 인원의 상당수(120명가량)는 규제개혁단을 비롯한 한시조직에 파견된 타 부처 공무원이지만, 총리가 챙기는 일이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 총리가 주재하는 굵직한 회의는 국무회의, 부총리 및 책임장관 회의, 국정현안정책조정회의, 고위당정회의, 당-정-청 8인회의 등 여러 개여서 “대통령보다 더 바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위상 강화의 허실=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내가 중요한 결정을 내린 기억이 없는데 잘 돌아가고 있다”며 이 총리에 대한 신임과 분권 실험에 대해 만족감을 표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선 대통령과 총리의 ‘개인적 신뢰’로 국정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정치학자는 “이 총리가 세진 것이지 총리실의 기능과 권한이 체계적으로 업그레이드된 것은 아니다”며 “사람이 바뀌면 총리실의 위상이 다시 달라질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총리실이 ‘어정쩡한’ 조직개편안을 확정한 데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총리실은 당초 차장제와 함께 기획관리조정관과 사회문화조정관을 신설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면서 1급 자리 2개를 증원하려 했다.
그러나 “총리실이 앞장서서 자리를 늘린다”는 비판이 나오자 ‘1명 증원’ 쪽으로 물러섰다가 행정자치부와의 협의과정에서 결국 없던 일이 됐다. 이로 인해 정책차장이 사회문화조정관을 겸임하게 됐고, 지난해 8월 신설된 정책상황실은 1급이던 실장 자리가 2급으로 격하됐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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