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들어서만 4명의 고위 공직자가 재산 형성 의혹 등의 시비로 잇따라 사퇴한 것과 관련해 청와대가 28일 국무위원 전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 실시 방안을 곧 국회에 제안키로 했고 한나라당도 이에 적극 공감함에 따라 국무위원 인사 청문회가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이 구상하고 있는 국무위원에 대한 국회 인사 청문회 방식은 유사하다. 양측 모두 국가정보원장 국세청장 검찰총장 경찰청장을 상대로 국회의 소관 상임위원회가 실시하고 있는 인사 청문회를 그 모델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인사 청문 방식에 대한 여야 합의는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인사 청문회 확대에 따른 ‘여론 재판 가능성’ 등의 문제점을 우려하는 시각도 상존하고 있어 실제 입법까지는 일부 논란이 예상된다.
▽인사청문회 대상과 절차는=청와대와 한나라당의 구상이 유지된다면 새로 도입될 인사 청문회 대상은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을 비롯한 각 부 처 장관 19개 자리다.
행정부 소속 고위 공직자 중 국무총리와 감사원장에 대해선 이미 국회의 인준 절차를 거치는 인사 청문회가 실시되고 있다. 국정원장 등에 대해서도 인사 청문회를 실시하지만, 국무총리 등과 달리 인준 절차는 없다. 국회 소관 상임위가 청문회를 마친 뒤 내정자 적격 여부에 대한 의견을 담은 경과 보고서를 내지만 대통령이 이에 따를 법적 의무는 없는 것이다.
국무위원 인사 청문회도 국정원장 등의 경우와 마찬가지 방식이 될 공산이 크다.
인사 청문회의 최대 장점은 청문회를 전후해 여론의 집중적인 검증 작업이 이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때 제기되는 갖가지 의혹이 해소되면 대통령은 안정적으로 국정을 운영할 수 있고, 국무위원도 자신감을 갖고 집무를 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인사 청문 과정에서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난다면 대통령은 내정을 취소하면 된다. 임명 전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청와대가 국무위원 인사 청문회를 ‘실질적인 인준 절차’라고 주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부작용 및 위헌 소지는=인사 청문회가 특정 정파의 당리당략에 치우친 정쟁의 도구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 또 국회의원들이 ‘주가를 올리기 위해’ 본질적인 검증과는 무관한 의혹을 부풀릴 가능성도 있다.
국무위원 업무를 수행할 자질보다 단순히 흠결이 없는 게 더 중요한 조건이 될 가능성이 높은 점도 문제다. 정치권 일각에선 “능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선비형’ 인사만 청문회를 통과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서울대 정치학과 유홍림(柳弘林) 교수는 “경우에 따라선 청문회가 여론을 악의적으로 왜곡하고, 개인을 부당하게 매도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또 열린우리당 내에선 국회 인사 청문회가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규정한 헌법 87조 1항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고려대 법대 하태훈(河泰勳) 교수는 “인사 청문회가 형식적으로 강제성을 갖는 게 아니고 행정절차로 인식될 수 있기 때문에 헌법 정신에 위배되지는 않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이정은 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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