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의 선택' 논란 폭발

  • 입력 2005년 1월 18일 15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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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년 타결된 한일협정 비준서에 박정희 대통령이 서명하고 있다. 동아일보자료사진
1965년 타결된 한일협정 비준서에 박정희 대통령이 서명하고 있다. 동아일보자료사진
정부가 1965년에 체결된 한일협정 문서 일부를 17일 공개하자 누리꾼들 사이에서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누리꾼들은 ‘졸속 구걸외교’라고 비난하거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옹호하는 쪽으로 나뉘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여기에 ‘박정희 재평가’ 등 최근 일고 있는 과거사 논란까지 겹쳐져 파장은 더욱 확산되고 있다.

▶ 한일협정 문서 공개…‘구걸외교’ 논란 (POLL)

▽“배고프다고 백성 파나”▽

아이디가 ‘파랑새’인 누리꾼은 “무려 400만명의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에 의해 학살, 고문, 납치, 강간을 당했다”며 “정권 유지할 명분으로 민족을 팔아 말도 안되는 적은 액수의 돈을 받아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tkfa0405’는 “나의 할아버지는 강제징용 때 맞았던 아편주사의 후유증을 못이기고 돌아가셨다”며 “그나마 세상에 저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을 모르고 가셔서 다행”이라면서 분노했다.

‘lim9457’는 “지구 역사상 가장 불쌍한 전쟁피해자들의 보상금을 가로채는 지도자가 박 전 대통령 말고 또 누가 있겠냐”고 비난했고, ‘경이’는 “이런 사실이 지금껏 비공개된 것이 과연 누구 책임인지, 이래서 친일 청산이 필요한 것 아닌가 생각했다”고 주장했다.

▽“굶어 죽는 판국에…”▽

그러나 지금의 잣대로 그 시대를 재단해선 안된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국민들이 굶어죽는 마당에 그런 돈이라도 받아올 수 밖에 없었던 당시 정부의 고뇌를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

‘mkurojlk’는 “박 대통령은 협정 당시 ‘미국에게 밀가루나 얻어먹고 사는 게 자존심을 지키는 것인가, 굴욕적이라도 일본에게 돈 받아 경제를 일으키는 게 내 신념’이라고 박태준씨에게 말했다”면서 “그 말의 의미를 생각해 보자”고 했다.

‘khj480104’는 “40여년전의 우리나라 실상이 어떤 줄 알고 지금 와서 구걸외교라고 매도 하는가”라며 “그 돈을 종자돈 삼아 잘 먹고 잘 살게 되니까, 이제와서 굴욕외교라고 비난한다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뱉기”라고 주장했다.

‘뺑이’는 “만불시대의 잣대로 80불시대의 과거 상황을 재단할 수 없다”며 “늦은 감이 절실하지만 지금이라도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하면 된다”고 말했다.

▽‘박정희 재평가’ 논란 가열▽

그동안 박 대통령의 경제발전 치적이 부풀려졌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박정희 재평가’가 다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To마로’는 “박 대통령이 아닌 누가 나와도 사회진화론적으로 우리 경제는 성장할 수 밖에 없었다”며 “우리의 경제적 체제나 국가 정책은 박 통 이전에 분명히 완성돼 있었고, 진행 중이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비파검’은 “박 대통령이 고속도로 만들 때, 안된다고 시위하고 건설현장 땅바닥에 드러누웠던 전직 대통령이 둘이나 있었다”며 “과연 박 통이 아니었어도 발전이 가능했겠냐”고 반문했다.

그런가 하면 현 정부가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노리고 정치적인 의도로 문서를 공개한 것이 아니냐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jky1974'는 “피해자들이 분노하고 있는 이때에도 누군가는 웃고 있을 것”이라며 "이 얘기가 지금 왜 나왔나 생각해보라"고 음모론을 제기했다.

한편 강제징용 유가족들은 지난해 2월 개인청구권과 관련 문서공개를 법원에 요청했고, 서울행정법원은 이들의 주장을 받아들여 이번에 문서공개 판결을 내렸다.

최현정 동아닷컴기자 phoeb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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