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피해자들에게는 합당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당시의 졸속, 굴욕 협상에 대해서도 관련자들은 사과해야 한다. 한때의 국권 상실이 이중 삼중으로 안겨 주고 있는 고통을 통해 힘없는 나라는 언제든 이런 수모를 당할 수 있다는 교훈을 되새겨야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이 문제가 정치 쟁점화돼서는 안 된다. 열린우리당에서는 벌써 “과거사 규명법안의 당위성이 입증됐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지만 이런 식의 접근은 곤란하다. 잘못된 과거사는 정리돼야 하지만 사안별로 독립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국민 개인의 대일(對日) 청구권을 앞장서서 소멸시킨 부도덕한 정권이었으니 이로 미루어 과거는 모조리 악(惡)이고 청산의 대상이라는 식의 인식을 가져서도, 주어서도 안 된다. 오늘의 잣대로 당시의 현실을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이런 점에서 한나라당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위 구성은 검토할 만하다고 본다.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초당적 자세로 논의를 해 나가면 파장을 최소화하면서 해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차피 추가보상 방안이나 재원 조달도 국회에서 논의되어야 할 사안이 아닌가. 정치권이 시민단체에 휘둘리는 일도 없을 것이다.
문서가 공개되자 한 일본인 전문가는 “일본의 지식층은 한국에서 어떤 논쟁이 벌어질지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정쟁(政爭)을 벌이고 내부 갈등을 빚는다면 일본은 물론 국제사회에서 또 한 번 망신당하는 꼴이 되고 만다. 이는 국치(國恥)를 거듭하는 일이다. 여야는 신중하게 대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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