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는 그동안 외국인 원폭 피해자를 거주지를 기준으로 분류해 차별대우를 해왔다. 일본이 패전한 뒤 고국으로 돌아간 외국 징용자들에게는 원호수당을 지급하지 않는 군색한 대응을 한 것이다. 몇 푼의 돈을 미끼로 전쟁이 끝난 뒤에도 외국인 징용자의 일본 체류를 강요한 일본의 처사에 많은 피해자들이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원고들이 출국했다는 이유로 일본 피폭자원호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수당 수급권을 박탈한 일본 정부의 조치는 위법’이라는 판결은 일본 법조인들이 비로소 사건을 이성적으로 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일본 법원은 재판을 서둘러 하루라도 빨리 최종 결론을 내려야 한다. 1995년 소송을 낸 한국인 피해자 40명 중 19명이 이미 사망했다. 신속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억지 논리의 희생자가 된 고령의 피폭자들을 배려하는 길이다.
히로시마 고법이 1심 판결을 뒤집고 배상 판결을 내리기는 했으나 아쉬운 대목이 적지 않다. 법원은 일제의 징용 행위 자체에 대해서는 ‘불법이지만 20년의 시효가 지났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전쟁 중이라 하더라도 반(反)인륜범죄에 대해서는 시효를 인정하지 않는 국제적 조류에 역행하는 판결이다.
일본 재판부가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피해자들의 호소를 외면하면 일본을 상대로 한 전쟁 책임 추궁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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