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사표가 수리된 김병일(金炳日) 기획예산처 장관은 지난해 12월 거의 한 달 내내 국회에서 ‘별을 보며’ 퇴근했다.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연일 열렸고 막판 국회의원들이 예산조정을 하는 계수조정심사위원회 때문에 국회에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었던 것. 국회가 국가보안법 등 4개 쟁점 법안 처리 문제로 파행을 빚었을 때도 꼼짝 않고 대기해야 했다.
올해 예산심의를 마친 1일 오전 2시 찬 밤공기를 맞으면서 국회를 나선 김 장관은 “이제 짐을 벗게 됐다”면서 홀가분해 했다는 후문이다. 그는 지난해 9월에는 맹장수술을 받기도 했다.
조만간 청와대를 떠날 이병완(李炳浣)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역시 ‘건강상 이유’로 2월 중 짐을 싼다. 2년 동안 청와대에서 근무하며 몸이 망가진 그는 당분간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휴식을 취할 계획이다.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 또한 과도한 업무부담 때문에 치아를 10여개나 뽑을 정도로 건강이 나빠져 한때 청와대를 떠났었다. 1년 전 사표를 냈던 박봉흠(朴奉欽)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최근에야 건강을 회복했다고 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로 떠난 권오규(權五奎) 전 대통령정책수석비서관도 건강이 나빠져 대통령이 붙잡지 못했다.
김병준(金秉準) 대통령정책실장은 지난해 정부혁신지방분권위원장 시절 “1년 동안 봉사했으니 이제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대통령에게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는 박 전 실장이 중도하차 하는 바람에 떠나지 못하고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간부는 “화려한 듯하지만 장관이 예전처럼 목에 힘을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라고 말했다. 특권은 줄어들고 책임은 더욱 늘어난 권부(權府)의 세태 변화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최영해 기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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