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 인]정동영-김근태 大選접근법 묘한 대조

  • 입력 2005년 2월 14일 18시 14분


《여권의 유력 대선주자로 꼽히는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의 대선행보가 묘한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정 장관이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우호적 관계를 적극 활용하는 ‘친노(親盧) 노선’에 주력한다면, 김 장관은 노 대통령과의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자신의 독자적 이미지 강화에 더욱 무게를 두고 있다는 게 정가의 분석이다. 두 사람 모두 여권 내 친소(親疎) 관계와 자신이 추구해 온 노선 간에 적지 않은 불일치가 있다는 점도 향후 여권 내 대선판도 변화와 관련해 지켜볼 만한 대목이다.》

▼정동영의 ‘좌우 양날개’ 전략▼

정 장관의 경우 여권 내에서는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인물이다. 그가 4·15 총선에서 적극 천거했던 인물들의 면면을 봐도 관료 출신 또는 전문직 출신이 대부분이다. ‘실용주의’도 그가 지난해 당 의장 시절 제시했던 노선이었다.

하지만 2002년 대선 이후 그는 노 대통령과 끈끈한 인간적 관계를 맺어 왔다. 참여정치연구회를 제외한 국민참여연대와 기존 ‘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노사모)’ 조직과도 우호적이다. 이들은 당내에서 뚜렷한 개혁성향을 보이고 있다. 정 장관 캠프는 좌로는 노 대통령과 노사모 조직을, 우로는 정 장관 개인 성향에 바탕을 둔 당내 중도보수그룹을 아우르는 ‘양 날개 전략’을 펴고 있다. 지금까지는 비교적 성공적으로 상호 이질적인 양대 세력을 관리하고 있다. 개혁적 이미지와 보수적 정책노선도 유연하게 활용하며 어느 한쪽에 지나치게 치우치지 않는 균형감각을 나름대로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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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장기적으로 노 대통령과의 관계를 언제까지 우호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인지가 고민이다. 노 대통령이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치지 못한다면 역으로 부담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좌우의 공존 역시 시간이 흐르면 한계를 드러낼 수밖에 없다. 결정적 시기에 지지세력 내부의 균열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김근태의 ‘민주-반민주’ 전략▼

오랜 민주화투쟁을 바탕으로 형성된 개혁성과 부드러운 개인적 이미지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다. 기본 축으로 민주 대 반민주 구도를 설정하고, 보조 축으로는 김 장관의 개인 인맥을 통한 합리적 보수층 흡수를 구상하고 있다.

경기고와 서울대 상대 중심의 보수층이 김 장관의 적극적 후원자라는 점은 아이러니다.

민주화가 상당부분 진행됐음에도 여전히 민주화의 완성까지 갈 길이 멀다는 사고가 강하고, 개혁세력 내 이니셔티브를 우선시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정 장관에 비해 대중적 이미지가 약하다는 사실을 보완하기 위해 할 말을 하는 ‘강한 김근태’의 이미지 심기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지난해 ‘계급장 떼고 얘기하자’ 발언이나 국민연금의 사회간접자본(SOC)투자 발언으로 노 대통령에 대립각을 세웠던 것이 단적인 예다. 여권 내 친노 세력에 대해서는 정치권에 진입하지 않은 노사모 조직을 파고드는 ‘아래로부터의 접근 방식’을 선호한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민주 대 반민주 구도는 엷어질 수밖에 없다는 데 고민이 있다. 또 운동권 출신만으로는 대중적 이미지를 보완하기 어렵다. 그래서 ‘뉴 GT(근태) 플랜’을 구상하면서 끊임없이 대중 속에 뿌리를 내리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 만족할 만한 성과는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정치권 안팎의 평가다.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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