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정치권과 철도청 간에 연결고리 역할을 한 지질학자 허문석(許文錫·인도네시아 출국 후 잠적) 씨와 이 씨의 관계를 밝혀내는 데 수사의 초점을 모으고 있다.
▽이기명과 허문석=두 사람은 유전사업의 처음부터 허 씨가 해외로 출국할 때까지 곳곳에서 함께 움직인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고교 동창 사이인 허 씨를 열린우리당 이광재(李光宰) 의원에게 처음 소개한 사람이 이 씨다.
이 의원을 통해 허 씨를 소개받은 부동산개발업자 전대월(全大月·구속) 씨가 허 씨를 처음 만난 것은 이 씨의 사무실이라고 전 씨는 주장했다. 이 씨 사무실에서 유전사업 얘기도 했다고 검찰에서 진술했다. 이 씨는 물론 이런 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
유전사업이 한창 추진되던 지난해 9월 허 씨는 박양수(朴洋洙) 대한광업진흥공사 사장을 찾아간다. 공교롭게도 이 자리에 동행한 사람도 이 씨다. 이 씨는 “축하 인사하러 가는 길에 우연히 함께 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전사업을 위한 은행 대출에 어려움을 겪자 허 씨는 S은행 등을 돌아다니면서 대출을 요청했다. 들르는 은행마다 “대통령의 방러 일정에 맞춰야 한다”고 떠들고 다녔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허 씨는 이 과정에서 S증권사를 찾아가 유전사업을 위한 투자자 모집을 요구하다 무산된 적이 있다고 한다. 이후 이 증권사에 ‘대통령 사업’ 운운하며 대출을 요청했다 거절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허 씨는 감사원 감사를 받고 나흘 만인 지난달 4일 인도네시아로 출국한 뒤 잠적했다. 출국 직전 마지막으로 접촉한 이번 사건 관련자는 이 씨였다.
▽이기명 씨가 종착점?=검찰이 수사 막바지에 이 씨를 주목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허 씨의 출국 과정에 이 씨가 관여했을 개연성이 있다는 것. 검찰이 관련자 진술 등을 통해 이미 어느 정도 진술과 증거를 확보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허 씨나 이 씨 등은 이런 의혹을 모두 부인했다. 이 씨는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나는 유전사업이 뭔지도 모르고 허 씨가 출국한 것과도 아무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허 씨 등이 정치권 실세들과의 ‘친분’을 내세워 김세호(金世浩) 전 건설교통부 차관 등 이 사건 주동자들에게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
이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당시 고유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선의’에서 유전사업에 관심을 보였고, 정치권과 교류가 있는 이들이 이를 적극 활용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 부처 관계자 가운데 ‘의외의 인물’이 등장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검찰 관계자는 13일 “김 전 차관 구속으로 수사가 7분 능선을 넘어섰고 8분 능선을 돌파해 9분 능선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용우 기자 woogij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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