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들은 특히 군 당국이 시신이 안치된 장소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것은 물론 사건경위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자 더 분노했다.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과 권진호(權鎭鎬) 대통령국가안보보좌관은 19일 오후 6시 반경 이태련(22) 상병 등 3명의 시신과 2명의 부상자가 있는 경기 양주시 국군양주병원을 찾았다가 이 상병의 유족들이 “우리 아들을 살려내라”며 조문을 막자 발길을 돌렸다.
이 상병의 아버지 이찬호(50) 씨는 “오전 6시경 연락을 받고 8시 반에 양주병원에 왔는데 시신은 없고 들어가지도 못하게 했다”며 “오전 10시 20분에는 현장검증을 해야 한다며 연천역으로 오라고 해놓고는 2시간가량 아무런 설명이 없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기다리다 지친 몇몇 유족은 오후 1시경 부대를 찾아가 항의했다.
유족들은 윤 장관에게 △분산된 시신을 한곳으로 모아 합동분향소를 차려줄 것 △유가족 전원이 사건현장을 방문하도록 허용할 것 등 5가지를 요구했고, 윤 장관은 이를 모두 수용했다. 국방부는 이날 밤 시신을 모두 경기 성남시 분당구 율동 국군수도병원으로 옮겨 합동 분향소를 차렸다.
유족들은 이번 사건으로 숨진 사병들이 4월에 휴가 나왔을 때 “새로 온 신참이 이상하다” “작은 일만 있어도 위에다 투서를 한다” “중대장이 신참 눈치 주지 말고 해 달라는 대로 다 해 주라고 했다”고 말할 정도였는데도 군에서 이를 방치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영철(22) 상병의 어머니 장영화(43) 씨는 “내가 어렸을 때 소아마비를 앓아 다리가 불편한데 죽을 고생을 하며 영철이를 낳았다”며 “어떻게 키운 자식인데 이 아이를 데려가느냐”며 눈물을 쏟았다.
김인창(22) 상병의 아버지 김길남(53) 씨는 “용돈 한번 넉넉히 주지 못했는데도 불평 없이 궂은 아르바이트를 해 가며 스스로 대학 등록금을 마련했던 아들”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양주=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고양=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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