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담장 표정]北대표, 日연설 내내 눈길 한번 안줘

  • 입력 2005년 7월 27일 03시 07분


코멘트
26일 이른 아침부터 중국 베이징(北京) 시내에 위치한 영빈관 댜오위타이(釣魚臺) 내의 회담장인 팡페이위안(芳菲苑)은 6자회담 개막식에 참석하는 각국 대표단으로 북적였다. 오전 9시가 되자 우다웨이(武大偉) 중국 외교부 부부장은 “각국 대표단이 베이징으로 와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 논의할 수 있게 된 것을 환영한다”며 4차 6자회담의 개막을 선언했다.

○…중국 외교가에서 ‘시인’으로 통하는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개막식에서도 화려한 수사학을 선보였다.

그는 인사말 겸 회담에 임하는 입장 발표에서 “이번 회담에서도 각측 간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우여곡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천하에 어려운 일은 없다. 다만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世上無難事, 只파有心人)’는 중국 고사성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 최종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자신이 주재한 만찬에서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말이 있다. 6자회담은 ‘회담을 위한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인사말에서 “모든 참가국들이 협력한다면 긴 항해를 하기 위해 첫 운항을 시작한 우리의 이 배가 암초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어느 항구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항해사에게는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이 없다”는 로마 철학자인 세네카의 경구를 인용해 화답했다.

김 부상은 각국 수석대표들의 발언을 경청했으나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연설할 때는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반면 송 차관보가 일본의 자국민 납북문제 거론에 대해 “북한 핵문제 논의를 분산시키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1층 회담장엔 종전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녹색의 대형 탁자가 육각형 형태로 배치됐다. 앞 열에는 수석대표를 포함해 각국 대표단 5명씩이 앉았고 바로 뒤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실무자 7, 8명이 자리를 잡았다. 회담 도중에라도 양자협의가 가능하도록 회담장 모퉁이에는 여러 개의 소파가 배치됐다.

베이징=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