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외교가에서 ‘시인’으로 통하는 리자오싱 중국 외교부장은 이날 개막식에서도 화려한 수사학을 선보였다.
그는 인사말 겸 회담에 임하는 입장 발표에서 “이번 회담에서도 각측 간 이견이 있을 수 있고 우여곡절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천하에 어려운 일은 없다. 다만 사람의 마음에 달려 있다(世上無難事, 只파有心人)’는 중국 고사성어처럼 한 걸음 한 걸음 걸어가면 최종적인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자신이 주재한 만찬에서는 “‘예술을 위한 예술’이란 말이 있다. 6자회담은 ‘회담을 위한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계관(金桂寬) 북한 외무성 부상은 인사말에서 “모든 참가국들이 협력한다면 긴 항해를 하기 위해 첫 운항을 시작한 우리의 이 배가 암초에 부딪히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 수석대표인 송민순(宋旻淳) 외교통상부 차관보도 “어느 항구로 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하는 항해사에게는 아무리 순풍이 불어도 소용이 없다”는 로마 철학자인 세네카의 경구를 인용해 화답했다.
김 부상은 각국 수석대표들의 발언을 경청했으나 사사에 겐이치로(佐佐江賢一郞)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이 연설할 때는 단 한 번도 쳐다보지 않았다. 반면 송 차관보가 일본의 자국민 납북문제 거론에 대해 “북한 핵문제 논의를 분산시키는 행위는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기도 했다.
○…1층 회담장엔 종전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녹색의 대형 탁자가 육각형 형태로 배치됐다. 앞 열에는 수석대표를 포함해 각국 대표단 5명씩이 앉았고 바로 뒤에는 이들을 지원하는 실무자 7, 8명이 자리를 잡았다. 회담 도중에라도 양자협의가 가능하도록 회담장 모퉁이에는 여러 개의 소파가 배치됐다.
베이징=박형준 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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