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도청 X파일]KBS 대화내용 상세보도

  • 입력 2005년 7월 22일 03시 16분


‘MBC는 미온, KBS는 적극.’

21일 ‘안기부 X파일’에 대한 보도에서 MBC와 KBS 메인뉴스가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1월 테이프를 입수한 MBC는 테이프 원음과 대화 내용을 사용할 수 없다는 법원의 결정을 염두에 둔 듯 이미 다른 언론에 보도된 내용과 비슷하게 방송했다. 하지만 KBS는 자신들이 입수했다는 녹취록 내용을 상세히 보도했다. 그러나 KBS는 이 같은 보도가 법적 논란을 빚을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이날 오후 11시 방영된 ‘KBS 뉴스라인’에선 녹취록 보도는 빼고 안기부의 불법 도청 문제만 보도했으며 인터넷 홈페이지에도 보도 동영상을 띄우지 않았다.

▽MBC가 보도한 ‘테이프 내용 개요’=1997년 9월 9일 서울시내의 한 호텔 일식집에서 중앙일간지 사주와 대기업 고위인사가 비밀스러운 회동을 가졌다. 두 사람은 당시의 대선 판세에 대한 정보를 나눴다. 특히 여당 후보 진영에 대한 정치자금 지원 내용이 많았다. 모두 수십억 원 규모다. 정치자금을 전하는 창구를 일원화하자는 내용도 들어 있다. 이 테이프에 거론된 기업의 불법대선자금 제공은 1998년 검찰이 밝힌 이른바 세풍사건에서도 드러나지 않았던 내용이다.

일간지 사주는 여당 측뿐 아니라 야당 후보도 만난 내용을 보고했다. 여야 후보 진영 양측을 오가며 로비를 펼쳤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KBS 뉴스9 보도 내용=KBS는 이날 ‘뉴스 9’에서 실명을 밝히진 않았지만 대기업 고위임원과 중앙일간지 고위간부의 대화 내용 녹취록을 일일이 인용해 보도했다. 다음은 보도요지.

두 사람은 대선 후보들에 대한 자금전달 방법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유력한 모 후보에 대해서는 여러 사람을 통하지 말고 중앙일간지 고위인사가 직접 전하라는 말도 오갔다.

모 후보의 동생에게 대선자금을 건네는 장소는 백화점 지하주차장으로 정했다. 중앙일간지 고위인사는 보안을 강조하고 모 후보는 보안이 지켜지지 않는다고 불평했다.

일간지 고위인사는 A자동차를 해당 기업이 인수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한 뒤 정치권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내용을 기업 고위인사에게 제시했다.

일간지 고위간부는 경쟁 언론사 동향도 전했다. (경쟁사는) 특정 후보가 대통령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건강문제를 치고 나가기로 했다는 내용을 밝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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