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씨는 이날 MBC와의 인터뷰에서 “(공 씨와 임 씨가) 복직을 위해 인사 청탁을 원했던 것”이라며 “‘정치인을 움직이려면 그 사람들이 좋아하는 정보를 주고받아야 좋지 않겠느냐’는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1999년 홍석현-이학수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들고 공 씨 등과 함께 박지원(朴智元)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 집무실을 찾아갔다”고 주장했다.
그는 “박지원이 그들의 복직에 (도움을 줄) 어떤 계기가 될 것을 예측했다”며 “그때 당시 중앙일보와 박 (장관)이 자질 문제 등으로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박 장관이) 고맙다고 했다. 테이프도 보자고 (해) 나중에 주겠다고 (했지만) 그리고는 안 줬다”고 말했다.
공 씨도 이날 자술서를 통해 “같이 직권 면직당한 A가 ‘재미교포 박모가 삼성그룹 핵심인사는 물론이고 박 장관 등과도 돈독한 관계인데 마침 삼성 측에 사업을 협조받을 일이 있으니 문건을 좀 달라’고 요구해 전달했다”고 밝혔다.
박 씨는 테이프를 이용해 삼성에 돈을 요구했다는 일부 보도에 대해서는 “삼성을 찾아간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면서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 씨의 얘기가 사실이라면 박 전 장관은 도청 테이프 파문이 일기 6년 전에 테이프의 존재에 대해 알았던 셈. 실제로 박 전 장관은 2000년 한빛은행 불법대출사건으로 장관직을 사퇴할 때 테이프와 관련해 알 듯 모를 듯한 말을 남겼다.
그는 퇴임 기자회견에서 한 기자가 “박 장관이 (1997년) 한나라당 대선자금에 대한 테이프를 갖고 있어 야당의 집중 공격을 받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질문하자 “나는 갖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 얼핏 듣기에는 “나는 아니지만 다른 사람이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는 의미로 들렸다.
김재영 기자 jaykim@donga.com
윤영찬 기자 yyc11@donga.com
[X파일 유출 재미교포 MBC 인터뷰]朴씨-孔씨 엇갈린 주장
전 국가안전기획부 미림팀장인 공운영 씨가 26일 자해 직전 언론에 공개한 자술서와 박모 씨가 MBC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 간에는 몇 가지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진실은 무엇일까.
▽도청자료 유출 경위=공 씨는 안기부에서 함께 직권 면직당한 임모 씨를 통해 박 씨를 소개받았다고 자술서에 썼다.
자술서에 따르면 임 씨는 “박 씨가 삼성 측에 사업 협조를 받을 일이 있으니 (당신이) 보관 중인 문건 가운데 삼성과 관련 있는 몇 건을 잠시 활용했다가 되돌려 받으면 나도 복직에, 당신도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는 것.
그러나 박 씨는 “공 씨와 임 씨에게서 복직을 위해 힘써 달라는 부탁과 함께 도청자료를 넘겨받았다”고 말했다.
▽삼성과 거래?=자술서를 보면 공 씨는 박 씨가 도청자료를 이용해 삼성과 여러 차례 거래를 시도한 사실에 대해 심리적인 고통을 겪었다고 적었다.
공 씨는 “박 씨가 삼성 측과의 협상이 여의치 않다는 말을 듣고 당황해 자료를 되돌려받았으나 몇 개월 후 국가정보원 후배가 찾아와 삼성 측과 모종의 사건이 있었는지 물어 충격을 받았다”며 “사실을 확인해 보니 박 씨가 또다시 삼성 측을 협박하고 있었다”고 자술했다.
반면 박 씨는 “삼성을 찾아간 적은 있지만 구체적인 금액을 밝히면서 돈을 요구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박지원 전 장관 만났나=공 씨는 박 씨가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과 돈독한 관계라는 사실을 임 씨에게서 전해 들었다고 간단히 언급했으나 박 씨는 “1999년 공 씨 등 도청팀과 함께 홍석현 씨와 이학수 씨 간의 대화 내용이 담긴 녹취록을 들고 박 장관 집무실을 찾아갔다”고 말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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