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16대 때 국회의장을 지낸 이 전 의장은 이날 본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여권 일각에서 6자회담 등 외교 현안이 많아 홍 대사의 즉각 사퇴가 힘들다고 하는데 녹취록 파문으로 주미 한국대사관 직원들이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느냐. 이는 핑계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의장은 또 “신문사 사장이 백화점 지하 주차장에서 (유력 대선 후보에게) 돈을 전달했다는 녹취록 내용에 국민들이 살맛을 잃었을 것”이라며 “정치를 하고 싶으면 신문사를 나와 당당히 정치를 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홍 대사는 중앙일보에 있는 양심적인 기자들의 자존심도 생각하고 언론으로서 최소한의 체통을 지켜야 했다”며 “이번 파문은 언론에 대한 모독”이라고 덧붙였다.
이어 이 전 의장은 “녹취록 파문으로 정국에 소용돌이가 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빠른 시일 내에 안기부 도청에 대한 진상 규명에 착수해야 하며 법적으로, 도의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있으면 빨리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 전 의장은 “불법 도청을 막기 위해 내가 의장으로 있던 14대 국회에서 도청을 금지하는 통신비밀보호법을 통과(1993년)시킨 이후에도 정권 차원에서 불법 도청이 체계적으로 이뤄졌다는 데 개인적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며 재발 방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1970년대에는 서울시내의 웬만한 큰 식당에 도청 장치가 있어서 H곰탕집이나 A국수집 등 도청 가능성이 적은 음식점만을 골라 다닌 적도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이 전 의장은 “최근 녹취록 파문을 보는 국민들은 한마디로 정치권을 저주하고 있을 것”이라며 “여야는 서로 네 탓 공방을 할 게 아니라 하루 빨리 사태를 수습하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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