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회담의 성패 여부는 양측의 발언 중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무엇이 협상용인지를 가려 접점을 찾는 데 달렸다. 북-미는 28일 오전 세 번째 양자협의를 3시간 동안 갖고 ‘가지치기’ 작업을 벌였다.
▽초강경 주장은 협상용=북한이 요구한 ‘미국의 대한(對韓) 핵우산 제공 철폐’와 ‘남한의 핵무기 철폐’는 협상용이란 해석이 많다. 이는 바꿔 말하면 한미동맹을 깨라는 것과 같은 말로 북핵 문제와는 다른 차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남한에도 사실상 핵이 있는데 왜 북핵만 문제 삼느냐’는 논리로 버티면서 최대한 많은 보상을 얻어내려는 속셈으로 보인다.
미국이 거론한 북한 인권 및 미사일 문제도 마찬가지다. 사실상 6자회담 테이블에 올릴 안건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는 북한의 억지 주장에 맞대응하기 위한 협상용 카드일 가능성이 높다.
기조연설 후에도 북-미가 계속 머리를 맞대는 등 협상 분위기가 별로 나쁘지 않은 것은 양측이 이 같은 상대의 속내를 읽고 있기 때문. 북-미 모두 강경한 주장을 고집할 경우 협상이 깨진다는 것을 잘 알면서도 이를 제기했고 이는 양측이 예상한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는 분석이 많다.
▽주고받을 대상은=북핵 폐기의 선후(先後) 문제가 주요 협상 대상이다.
북한이 지난해 제3차 6자회담에서 미국이 내놓은 이른바 ‘6월 제안’을 이번에 공식적으로 거부한 것은 이 제안이 북한의 ‘선(先) 핵 폐기’를 강요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 미국이 27일 기조연설에서 언급한 리비아식 핵 폐기 방식은 분명히 선 핵 폐기 방식이다.
한국 측은 “미국이 핵 폐기의 한 방식을 예시한 것뿐”이라고 의미를 축소했지만 생존권 차원에서 핵 개발에 나섰다고 주장하는 북한으로선 불안해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북한이 ‘나만 먼저 무장해제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설득하는 일이 협상의 성패를 가르는 관건이다. 한국이 ‘핵 폐기’와 ‘보상’의 동시 또는 병행 실시를 강조한 것은 이 때문.
북한은 ‘관계정상화가 되면 핵을 포기하겠다’며 선(先) 북-미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양측이 서로 주고받을 여지는 있다. 북한이 요구한 ‘평화공존을 위한 법적 제도적 장치 구축’은 북-미 불가침조약이나 평화협정 체결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북-미 관계정상화를 추구하는 개념이다.
‘비핵화에 따른 경제적 손실 보상’이란 북한의 요구에 북한의 속내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있다. 전력 200만 kW 외에 ‘+α’를 얻기 위한 줄다리기가 협상의 핵심이라는 얘기다.
미국은 ‘참가국들의 교역 및 투자를 포함한 경제협력 조치’라는 두루뭉술한 표현을 썼지만 북한은 보다 확실하게, 많은 보따리를 챙기려 하고 있다.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적 핵 이용 권리’는 막바지에 가면 거둬들일 카드로 보인다.
베이징=윤종구 기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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