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총리 ‘3·1절 골프’ 파문 확산] 누가 왜 주선했나

  • 입력 2006년 3월 4일 03시 05분


철도파업이 시작된 1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가 골프를 함께 친 부산지역 기업인들 중에 불법 선거자금 제공이나 기업비리로 처벌을 받은 인사가 다수 포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이 총리의 처신이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이 총리와 부산 지역 기업인들과의 골프 회동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주선했고 비용을 누가 부담했는지도 관심의 대상이다.

특히 이들 기업인 중 4명이 유죄판결을 받았거나 검찰의 수사를 받는 등 ‘구린’ 구석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단순히 사교목적으로 이 총리를 만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비리 기업인이 대부분=이 총리와 골프를 함께 친 K 씨는 2002년 12월 초 부산 동구 범일동 K호텔 한식당에서 P, C, S, J 씨 등 부산지역 기업인 4명과 만났다.

K 씨 등은 이 자리에서 4000만 원씩 갹출해 모은 2억 원을 당시 민주당 중앙위원이었던 김정길(金正吉) 현 대한체육회장에게 선거자금으로 전달했다.

이들은 2003년 1월 부산 부산진구 부전동 L호텔 일식당에 다시 모였다. 최도술(崔導述)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에게 정치자금을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K 씨의 주도로 모인 이들은 1인당 500만 원 씩 2500만 원을 모아 최 씨에게 건넸다.

1일 골프는 치지 않고 클럽하우스에서 기다렸다고 주장하는 P 씨도 K 씨가 주선한 범일동 K호텔 사건에 포함된 인물이다.

또 P 씨는 2002년 11월 15일 한나라당 재정국 사무실에서 한나라당 당직자 G 씨에게 대통령 선거 자금 명목으로 2억 원을 건넸다. 같은 해 12월 초에는 5000만 원을 추가로 줬다.

2개조로 나눠 이 총리와 골프를 친 이들은 본보가 해명을 듣기 위해 연락을 취했으나 P 씨를 제외하고는 연결이 되지 않았다. P 씨는 “골프클럽에 갔지만 운동을 안 했다”면서 “답변할 이유를 모르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이날 예약자 명단에는 없었으나 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것으로 확인된 이기우(李基雨) 교육인적자원부 차관은 “지난달 28일 부산지역 상공인으로부터 총리가 내려오니 같이 내려왔으면 좋겠다는 연락이 와서 간 것”이라며 “그러나 이 총리와 (같은 조에서) 라운딩하지는 않았다”고 해명했다.

이 차관은 이 총리 비서실장으로 있다가 지난해 2월 교육부 차관에 발탁됐다. 그는 지난해 7월 남부지방 집중호우 때도 이 총리의 제주도 골프에 동행했었다.

▽‘주가 조작’ 인사도 포함=이 총리와 함께 골프를 친 Y 씨는 2001년 코스닥 주가를 조작해 소액주주들에게 수백억 원의 피해를 준 혐의로 실형을 받고 복역한 인물이다.

2001년 9월 부산지검 특수부는 자사주를 매각하는 과정에서 거액의 자금과 차명계좌를 증권회사 간부에게 빌려주고 주가조작이 이뤄지게 해 200억 원의 차익을 남긴 혐의(증권거래법 위반)로 Y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법원은 처음에 Y 씨의 영장을 기각해 판사로 있는 Y 씨 사위의 입김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하지만 법원은 “기업인으로서 도덕적 해이가 심하고 죄질이 나쁘다”며 Y 씨를 법정구속했다.

Y 씨의 주가 조작으로 2000년 4월 3만 원 선에 불과하던 Y 씨 회사의 주가는 최고 17만 원(당시 액면가 5000원 기준)까지 올랐다.

당시 Y 씨 때문에 피해를 본 소액주주들이 민사소송을 제기해 17억 원의 합의금을 받은 일도 증권가에서는 드문 일이라 화제를 모았다.

또 Y 씨는 2002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하남 검단산 여대생 공기총 살인사건’과 관련해 무기징역 판결을 받은 윤모 씨의 전 남편으로 알려졌다.

당시 부인 윤 씨는 자신의 사위인 판사가 이종사촌인 하모 양과 내연의 관계에 있다고 의심하여 청부업자들을 동원해 공기총으로 살해하도록 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석동빈 기자 mobidi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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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1일 부산 골프장서 무슨 일이…

이해찬 국무총리는 1일 오전 항공편으로 부산에 내려갔다. 한국철도공사 노조가 파업을 시작해 건설교통부, 노동부, 철도공사, 검찰과 경찰이 비상 근무하던 중이었다.

오전 9시경 이 총리를 태운 승용차가 부산 기장군 일광면의 A컨트리클럽에 도착하자 수행했던 경찰 경호원 2명이 이 총리를 안내했다.

이 총리는 이날 골프가 비공식 일정임을 감안해 현지 경찰에 별도의 경호를 요청하지는 않았다.

평소에는 골프장 직원들이 골프백을 받아서 정리하지만 이 총리 골프백과 옷가방은 경호원들이 직접 챙겼다.

골프장 직원들은 “경호원들이 주위에 얼씬도 못하게 해 그 사람이 누구인지 아무도 몰랐다”고 말했다.

이 총리, 이기우 교육인적자원부 차관, 정순택 전 대통령교육문화수석비서관과 총리수행과장 강주홍 씨, 기업인 K 씨 등 8명은 오전 9시 반경 2개 조로 나눠 라운드에 나섰다.

이 총리를 포함해 서울에서 내려온 3명 모두 골프 클럽을 직접 가져왔다.

이들은 정규 예약시간이 아니라 골프장이 원활한 진행을 위해 하루 스케줄을 1, 2부로 나누는 시간의 중간에 라운딩을 시작했다.

총리 경호원 2명이 경기 도우미 2명 외에는 다른 직원의 접근을 막아 누가 같은 조가 돼 골프를 쳤는지,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 총리 일행은 골프를 끝낸 뒤 오후 2시 반경 클럽하우스에 있는 별실에서 1시간 반가량 점심식사를 하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총리는 이후 부산 시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장모를 문안한 뒤 오후 8시 반경 항공편으로 귀경했다.

골프장 사장을 비롯한 골프장 간부들은 3일 이 총리가 골프를 쳤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고 있다.

골프장 직원들은 한결같이 “그날 일을 알아도 자세히 말하기는 힘들지 않으냐”고 말했다.

부산=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

■최도술 사건은…

최도술(崔導術·사진) 전 대통령총무비서관은 2003∼2004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불법 대선자금 수사 과정에서 드러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측근 비리의 대표적 인물이었다. 노 대통령의 ‘영원한 집사’로 불렸다.

최 전 비서관은 노 대통령의 부산상고 1년 후배로 1980년대 노 대통령이 부산에서 변호사로 활동할 당시 변호사 사무실 사무장으로 일하면서 노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그는 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로 입성했다.

그는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당시 SK그룹 손길승(孫吉丞) 회장에게 “대선 때 진 빚을 갚을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해 11억 원을 받은 혐의가 2003년 10월 드러났다. 최 전 비서관은 또 노 대통령의 운전사 출신인 선봉술 전 장수천 대표에게 안희정(安熙正) 씨와 함께 12억9000만 원의 불법자금을 전달한 혐의도 밝혀졌다.

그는 2002년 12월 대통령 선거를 전후해 부산지역 기업인들에게서 수억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도 있다.

최 전 비서관은 대선 당시 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부산지부의 회계 책임을 맡고 있었고 부산지역 기업인들이 최 전 비서관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불법 대선자금 제공에 연루된 기업인 가운데 1일 이해찬 총리와 골프를 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인은 K, P, S 씨 등이다.

이들 중 K 씨와 P 씨는 2004년 5월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재판에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각각 벌금 3000만 원을 선고받았으며 항소를 포기해 확정됐다.

S 씨는 건넨 돈의 액수가 상대적으로 적어서인지 기소되지 않았다.

최 전 비서관은 2001년 9월∼2003년 8월 불법 정치자금 22억여 원을 받고 대선잔금과 지방선거자금 5억4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04년 11월 대법원에서 징역 1년 6개월이 확정됐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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