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취재 결과 5·31지방선거에서 당선된 민선 4기 광역단체장 16명 가운데 8명이 관사를 사용할 예정이다. 일부는 오히려 관사를 새로 짓거나 많은 돈을 들여 정비하고 있다.
▽관사가 좋아요=이완구 충남지사 당선자는 대전 중구 대흥동의 관사(대지 1025평)를 이용하되 심대평 전 지사의 집기와 용품을 그대로 사용할 계획이다. 충남도는 관사가 낡았다며 1억여 원을 들여 행정 및 정무부지사 관사와 함께 수리하고 있다.
정우택 충북지사 당선자는 “여론을 들어 다른 용도로 사용할지 결정하겠지만 일단 입주하겠다”고 밝혔다.
청주시 상당구 대성동의 관사는 대지 2759평에 건물 연면적 221평 규모로 청원경찰 4명이 관리하고 있다.
전남도는 지난해 11월 무안군 삼향면으로 옮긴 청사 뒤쪽에 11억3200만 원을 들여 목조 팔작지붕의 한옥 관사를 짓는 중이다.
주변에 15억 원을 들여 한옥 ‘비즈니스센터’를 지어 영빈관으로 사용할 예정.
김문수 경기지사, 김관용 경북지사, 김진선 강원지사, 박광태 광주시장 당선자가 관사를 그대로 사용한다.
▽시민 품으로=심완구 전 울산시장은 1995년 10월 관사를 보육정보센터로 바꿨다. 최기선 전 인천시장은 2001년 10월 향토사료관으로, 염홍철 대전시장은 2002년 7월 어린이집으로 만들었다.
박맹우 울산시장과 박성효 대전시장 당선자도 전임자처럼 관사를 사용하지 않을 방침이다.
김태환 제주지사는 재선거에서 당선된 2004년 6월 관사를 탐라게스트하우스로 바꿨다. 규모는 5000평으로 1984년 대통령이 제주를 방문할 때 사용하려고 만들었다.
허남식 부산시장도 지방청와대 용도로 1985년 지은 관사(5000평)를 지난해 9월부터 ‘열린행사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관사 활용 논란=경남 창원시 용호동의 경남도지사 관사(대지 2990평)는 2003년 12월 김혁규 전 지사가 그만둔 뒤 비어 있다. 2004년 보궐선거로 당선된 김태호 지사가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
경남도는 연간 관리비가 2억5000만 원을 넘은 관사의 활용 방안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도지사 관사 대신 김 지사에게 주려던 행정부지사 관사도 4년째 빈집으로 남아 있다.
일부에서는 내외국 귀빈을 기품 있게 접대하는 공간으로 쓰면 된다고 주장한다. 경남도의원은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를 관사로 초청해 투자 유치를 논의한다면 도민에게 유익한 일”이라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실정에서 관사는 낭비이며 오히려 ‘은밀한 거래’의 장소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관사는 정부 사정기관의 암행감찰 대상이다.
충북대 강형기(자치행정) 교수는 “관사는 일제의 잔재이지만 일본에서는 없어진 지 오래”라며 “일부 지역은 재정 충당을 위해 관사를 기업 등에 임대한다”고 말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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