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당선자는 국회와 중앙정부 예산부처 등을 방문해 내년 대구시에서 추진되는 48개 국비 지원사업의 예산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야당 소속 광역단체장이라는 한계를 안은 채 지역 현안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면서 “최근 계층 및 집단 간 갈등과 분쟁이 빚어지고 있어 여건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시급한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 당선자의 경제 회생 방안에 대해 기대를 거는 시민들이 많은데….
“서민과 근로자, 기업인이 모두 너무 힘들어하고 있습니다. 단기적으로 체감경기를 개선하기 위해 시의 재정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 중입니다. 중·장기적으로는 지역의 미래를 이끌 성장 동력산업을 육성해 주력 업종으로 키우려 합니다. 이를 위해 모바일, 바이오, 나노 등 첨단 산업을 유치하고 지역 산업을 이끌 스타 기업 100개를 육성하며 국내·외 우수기업을 유치할 생각입니다. ‘대구경제살리기’ 기금(펀드)을 조성해 서민경제 활성화와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을 늘려 나갈 계획입니다.”
―지역 현안으로 떠오른 대구경북 경제 통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대구와 경북이 함께 번영을 누리기 위해 경제통합은 피할 수 없는 선택입니다. 하지만 무리해선 안 됩니다. 가능한 것부터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모바일 특구 유치와 투자 공동유치, 제2엑스코 건립 등 경북도와 힘을 모을 수 있는 사업부터 추진할 것입니다. 이를 위해 독립적인 권한을 가진 경제통합 기구를 7월 중 구성하기로 김관용 경북도지사 당선자와 뜻을 모았습니다.”
―대구시의 조직 및 기구 개편설이 무성한데….
“투자 및 경제전문가를 정무 부시장으로 임명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만큼 현재 적임자를 찾고 있습니다. 또 경제산업국의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고 유관 업무를 통합하기 위해 경제통상실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입니다. 취임 후 6개월 간 ‘대구경제살리기 비상대책반’을 가동할 방침입니다. 특히 시 공무원들이 경제 현장을 수시로 찾아가 현장의 목소리를 정책에 반영하도록 하기 위해 직원들을 기업 마인드로 무장시킬 계획입니다. 우수한 직원에게는 인센티브를 주고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직원에게는 불이익을 줄 것입니다. 조직 및 기구 개편 시기는 8, 9월경으로 잡고 있습니다.”
―시가 추진해 온 도시계획과 교통정책 등에 대해 시민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대구 도시디자인위원회를 설치해 미래 대구의 새로운 청사진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특히 3공단과 서대구공단 등 개발에서 소외된 공단 지역을 리모델링해 도시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입니다. 도시디자인위원회에는 도시계획 및 교통전문가, 예술인 등을 대거 참여시키려 합니다. 대구의 역사성과 전통을 살리면서 미래 지향적인 도시를 만들 계획입니다. 또 교통난 완화를 위해 지하철 3호선을 2013년까지 조기 완공하도록 준비를 해 나갈 예정입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 실시에 따른 부작용도 나름대로 파악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대중교통정책 시행으로 인한 문제점과 시민불편 사항 등을 면밀히 분석해 개선책을 내놓을 것입니다.”
―중점을 두고 추진할 다른 사업은….
“환경친화적인 금호강 산업 및 문화벨트를 조성하기 위해 금호강 부근에 수변 위락 단지를 개발하고 신천∼금호강∼낙동강 연안 녹화사업을 추진하겠습니다. 또 양극화 해소를 위해 임기 중 6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입니다.”
김 당선자는 “지역 사회 속으로 들어가 시민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문제 해결방안을 찾고 싶다”면서 “4년 뒤 발로 뛴 시장으로, 시민들과 함께 희로애락을 함께 한 시장으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부친 당부따라 공직 진출…영어 잘하는 협상 전문가
‘느티나무’가 되고 싶었던 산골 소년.
김범일 대구시장 당선자는 경북 예천군 하리면 소백산 자락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그는 초등학생 시절 마을 입구에 서 있는 느티나무 밑에서 “난 이 느티나무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을 하곤 했다. 그의 친구들은 판, 검사나 선생님이 되고 싶다고 장래 희망을 이야기 했다.
마을 주민들에게 쉼터를 만들어 주고 비바람을 막아주는 동구 밖 느티나무처럼 ‘늘 나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는 사람이 되라’는 부모님의 가르침 때문이었다.
그는 초등학교 5년 때 홀로 대구로 전학갔다. 타지 생활은 그에게 독립심과 사회 적응력을 키워줬다.
김 당선자는 경북 중·고교를 거쳐 서울대 상대 경영학과에 진학했다. 그는 공직에 진출해 뜻을 펼치라는 부친의 당부에 따라 대학 4학년 때 행정고시에 합격했다.
총무처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한 그는 88서울올림픽 휘장사업과장, 청와대 행정비서관, 행정자치부 기획관리실장, 산림청장 등을 역임했다.
그는 영어로 농담을 할 정도로 영어 회화 실력이 뛰어나다. 중학생 시절 영어 테이프를 무조건 외웠고 고교 때 영어회화 서클에서 활동한 덕분이다. 부인 김원옥(55) 씨도 이 때 만났다.
김 당선자는 대인관계가 원만하고 두뇌회전이 빠르며 일처리가 꼼꼼하다. 그는 합리적이면서도 카리스마를 지녔다는 평을 듣는다.
88서울올림픽 휘장사업과장으로 일할 때 코카콜라 등 다국적 기업과 후원 협상에 나서 당초 목표액인 520억 원의 2배 가까운 1000억 원을 확보하는 등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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