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민을 잘 살게 만들어 ‘강한 충남’을 건설하라고 저를 뽑아 준 것 아닌가요. 그러자면 우선 많은 돈을 확보해야지요.”
이 지사는 “정부 부처와 국회를 방문해 ‘좋은 느낌’을 가지고 돌아올 수 있었다”는 말로 예산 확보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도정의 역점 과제는 무엇입니까.
“지역경제 활성화가 최우선입니다. 외자와 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일자리를 많이 만들려고 합니다. 천안과 아산의 디스플레이 산업이 충남의 경제 지표를 높여 놓았지만 중소기업과 일반 서민의 대차대조표나 가계부는 열악합니다. 거점산업은 더욱 발전시키되 성과가 주변으로 흘러넘치도록 해야 합니다. 행정도시와 신 도청의 차질 없는 건설, 장항 및 석문 국가산업단지 개발, 금산세계인삼엑스포의 성공적 개최에 행정력을 집중할 생각입니다.”
―일부 낙후지역의 상대적 빈곤감이 심한데….
“금산과 부여, 청양, 서천은 천안-아산 벨트의 북부산업권이나 내포문화권, 행정도시 건설, 신 도청 이전에서 제외돼 있습니다. 북부산업권으로 몰려드는 기업 중 일부를 이들 지역으로 유도하려고 합니다. 장기적으로는 이들 지역을 지나는 금강변에 경전철을 설치하고 금강의 경관과 주변 지역의 역사, 문화를 활용한 ‘금강권광역복합개발계획’을 추진하려 합니다.”
―농어촌 문제는 어떻게 푸실 건가요.
“‘떠나는 농어촌’에서 ‘돌아오는 농어촌’으로 바꿀 겁니다. 농어촌에 교육, 의료, 복지, 환경, 문화 인프라를 구축해야지요. 이달 중 ‘농어촌문제 대토론회’를 열려고 합니다. 농어민과 전문가, 공무원이 넥타이를 풀고 농어촌 문제의 원인과 해결방안이 무엇인지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누는 자리가 될 거예요. 한미 FTA는 정부 차원에서 잘 대처해 줬으면 해요.”
―다른 후보의 좋은 공약을 수용하겠다고 했는데….
“지켜야 할 공약이 100여 건이라는 보고를 받았어요. 주문한대로 그 중 시군립 산후조리원 건립과 도내 외국인에 대한 특별지원조례 제정, 노인취업전담창구 개설 등 4건은 다른 후보의 것이더군요. 다른 후보의 공약 가운데 좋은 것이 있다면 더 발굴하라고 지시했어요.”
―개발공사를 만들겠다는데, 노하우의 문제는 없습니까.
“그동안 정부투자기관과 민간기업이 지방자치단체의 개발사업을 독점해 사업지연과 공익성 부족, 이익금 역외유출 등 부작용을 낳았어요. 지자체가 공기업을 만들어 개발사업을 대신하겠다는 것인데 지적한대로 노하우의 문제가 따릅니다. 그래서 ‘돈버는 귀재를 모시라’고 주문했어요. 기존 개발기관과 공동 개발을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어요.”
―어떤 공무원을 좋아하고, 어떤 공무원을 싫어합니까.
“도정에 정통한 최민호 전 행자부공보관을 행정부지사로 임명한 것은 도지사는 대외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뜻이죠. 공무원은 자발적으로 일해야 합니다. 일을 하다 실수하는 공무원이 좋아요. 말로만 일을 하거나 실수를 모면하기 위해 일을 하지 않는 공무원은 곤란합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행정도시 조정 불가피론’을 피력했는데….
“정치적인 수사로 여겨지지만 경솔한 발언입니다. 광역단체장은 소속 지자체보다 국가적 견지에서 생각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국가균형발전을 염두에 두어야 하구요. 충청권에 대한 일종의 ‘정치 태클’인데 이완구와 충청지역민이 있는 한 행정도시 훼손은 절대 있을 수 없습니다.”
―도민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충남의 발전을 위해 지사직에 연연하지 않고 몸을 던져 싸울 각오입니다. 잘 못하는 일이 있으면 따끔히 충고해 주시되 믿고 지지해 주고 지켜봐 주시길 바랍니다.”
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
▼31세에 경찰서장 지휘봉 15, 16대 국회의원 연임도▼
이완구 충남지사는 홍성 출신으로 양정고,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74년 행정고시(15회)에 합격했다.
경제기획원과 경찰(충남 및 충북경찰청장)을 거쳐 15, 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5대 총선에서 자민련 바람 속에 40대 중반 나이로 중진인 조부영 의원을 꺾어 화제가 됐다.
31세에 처음 지휘봉을 쥔 홍성경찰서장 시절 에피소드는 주변에 강한 인상을 심어줬다. “지역 어르신을 먼저 챙겨야 한다”며 관례를 깨고 관할 검찰지청장에 앞서 교육장에게 인사를 갔다. 괘씸죄 때문인지 검찰이 곧바로 경찰 부하직원 1명을 긴급 연행했다.
그는 지청장을 방문해 항의한 끝에 부하직원을 데리고 나온 뒤 “죄가 없어 되돌아왔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해당 경찰관에게 연행됐던 길을 하루 종일 오가도록 했다.
일부에서는 “상황 판단이 너무 빠르다”고 꼬집지만 이 지사는 동의하지 않는다. “캐스팅 보트를 쥔 자민련의 원내총무 시절이었죠. 2001년 9월 임동원 통일원장관 해임안이 국회에 상정됐어요. 해임을 막아주면 장관을 시켜주겠다고 했지만 거절했어요. 국가 정체성을 위해 해임해야 한다는 원칙과 소신때문이었습니다.”
관운이 좋아 출세 가도를 달렸다는 시각이 있지만 ‘지독한 노력파’라는 평가도 많다. 가족은 부인 이백연(52) 여사와 두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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