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선 4기 새 단체장에게 듣는다]박준영 전남지사

  • 입력 2006년 7월 4일 0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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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영(61) 전남지사는 요즘 미래, 희망, 운명이란 단어를 자주 쓴다. 지난달 28일 전남지역 국회의원들을 만나 “기업도시 등 현안 해결을 위해서는 국회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전남에 희망을 불어넣어 달라”고 당부했다. 최근 기자 간담회에서는 “민선 3기에 추진한 정책을 민선 4기에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전남을 미래를 여는 풍요로운 고장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3일 취임식에서도 그는 “전남의 운명을 바꾸는 초석을 놓겠다”고 다짐했다. 그의 목소리에서 낙후의 상징이었던 전남을 잘 사는 고장으로 만들기 위한 강한 의지가 묻어난다.》

―민선 4기 전남도정의 최우선 방향은….

“전남 전역을 1시간대에 접근하는 고속교통망 확충이 가장 시급합니다. ‘희망 농촌’을 만들기 위해 친환경 생명산업을 집중 육성하겠습니다.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한 기반조성과 서남해안관광레저도시(J프로젝트), 무안 기업도시, 남악신도시, 광주전남공동혁신도시, 국제교육도시 등 5개 신도시 개발에도 매진할 생각입니다.”

―2012년 여수 세계박람회 유치 전략과 복안은….

“2010년 박람회 유치 실패를 거울삼아 중앙과 지방이 유기적인 협조체계를 구축했습니다. 지난해 4월 중앙과 전남도, 여수시가 역할을 분담하는 협약을 체결했고 경남, 부산, 제주와 함께 공동으로 유치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J프로젝트 투자자를 확보하지 못해 사업 차질이 예상된다.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전담기업인 특수목적법인(SPC) 설립과 자본유치는 비전플랜이 수립되면 박차를 가하게 될 것입니다. SPC 설립은 10월 말까지 완료돼 기업주도로 추진할 것입니다. J프로젝트 선도사업인 F1 대회 특별법은 9월 정기국회에서 제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투자 협약은 많은데 실제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지 않다.

“도지사 취임 이후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은 126개로 이 중 51개 업체가 실제 투자했습니다. 액수가 2조5629억 원에 이릅니다. 투자 협약을 체결한 기업을 위해 기업별 담당자를 지정해 밀착 지원하는 등 투자 실현율 제고에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리는 농업과 농촌을 살릴 대안은….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해야만 경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판로 개척과 출하 조절을 하는 농산물 유통회사를 세울 계획입니다. 농촌, 농민, 농업지원에 관한 조례제정 등 연말까지 경쟁력 제고대책을 내놓겠습니다.”

―지역 균형발전 전략의 실천방안이 있나.

“동부권은 물류, 소재, 우주산업 등 미래 신산업을 육성하고 서부권은 중형 조선산업,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통해 대중국 교역 전진기지로 만들겠습니다. 가장 낙후된 중남부권은 신규산업을 집중 배치해 연구중심도시로 조성하고 광주근교권은 21세기형 지식기반산업과 관광휴양의 서비스단지로 육성할 방침입니다.”

―노인 복지대책이 과제로 떠올랐는데….

“전남 노인인구는 30만5000명으로 도민의 15.5%를 차지합니다. 전국 평균(9.0%)보다 훨씬 높은 수치로 과거와 같은 수혜적인 복지 시스템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웰빙 은퇴마을을 조성하고 노인전문요양병원을 확충하는 등 ‘9988 행복 프로젝트’(99세까지 팔팔하게 살자)를 추진하고 실버취업박람회를 자주 열 계획입니다.”

―기회 있을 때마다 영산강하구둑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는데….

“1981년 하구둑 축조로 영산강은 전국 4대강 중 유일하게 상수원으로 이용하지 못합니다. 도청이전과 J프로젝트 추진으로 영산강 수질개선이 절실하기 때문에 둑 개방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습니다. 내년 5월 ‘영산강 수질개선 타당성 조사’ 용역 결과가 나오면 하구둑 개방 효과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야당 광역단체장으로 정부와 정책 조율은 어떻게 하겠나.

“광역단체장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능력입니다. 과거에는 중앙정부 주도 아래 지역개발이 이뤄졌지만 지방화시대에는 아이디어만 좋으면 정부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여야를 떠나 전남 발전에 도움이 된다면 누구든지 만나서 설득하고 지원을 요청하겠습니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언론탄압에 맞선 해직기자 DJ정부 청와대대변인 지내▼

농부의 아들에서 언론인으로, 청와대로, 그리고 도백(道伯)으로….

박준영 전남지사의 인생 행보는 화려해 보이지만 양지보다 그늘진 곳이 많았다.

1946년 전남 영암군 삼호면에서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부친의 병세로 가세가 기울면서 청소년 시절 어려움을 겪었다.

목포중을 졸업했으나 고등학교에 갈 엄두를 내지 못하고 고향에서 1년 간 농사를 지었다. 그는 “똥지게를 져 봤다. 나는 가난이 무엇인지 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서울로 올라간 그는 새벽엔 신문배달을 하고 낮엔 중국집에서 일하며 인창고의 야간 과정을 졸업했다.

성균관대 정치학과를 졸업하고 1972년 중앙일보에 입사했다. 1980년 신군부의 언론탄압에 항의하며 제작거부를 주도했다 해직됐다.

그는 “살아오면서 해직 당했던 7년 시절이 가장 큰 시련이었다”고 술회했다.

중앙일보에 복직해 1991년 뉴욕 특파원으로 근무할 때 강연 차 미국을 방문한 김대중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다.

1998년 대통령 국내언론 비서관으로 발탁돼 대통령 공보수석 비서관 겸 대변인이 됐다.

2001년 국정홍보처장을 끝으로 공직에서 물러난 뒤 2004년 보궐선거에서 전남지사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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