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시작전권 이양 2010년 이전에도 가능”… 정부 당황

  • 입력 2006년 7월 20일 03시 01분


한국군이 전시작전통제권을 환수하는 시기를 놓고 한국과 미국이 미묘한 갈등을 빚고 있다.

19일 군 소식통에 따르면 13, 14일 서울에서 열린 제9차 한미 안보정책구상(SPI) 회의에서 미 측은 2010년 이전이라도 전시작전권을 한국에 이양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0∼2012년경을 목표로 전시작전권 환수를 추진해 온 국방부는 미 측의 제의에 다소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 공중조기경보기 등 갖춰야

지난해 발표된 ‘국방개혁 2020’의 1단계가 완료되는 2010∼2011년경이면 공중조기경보통제기와 정찰위성 등 첨단 전력이 실전 배치돼 독자적인 전쟁 수행 능력이 어느 정도 갖춰져 전시작전권 환수도 무리 없이 추진될 것이라는 게 국방부의 복안이었다.

노무현 대통령과 외교안보 당국자들이 5년 안에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겠다고 공언한 것도 이런 계획을 바탕에 둔 것이었다.

이에 따라 국방부는 앞으로 협상에서 ‘독자적인 대북 감시 체제가 구축되는 시기에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2010∼2012년경에 환수가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을 미 측에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국방부 관계자는 “양측이 여러 안을 놓고 협의 중이고 구체적인 환수 시기는 한국군 능력과 안보 상황을 고려해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때 보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갑자기 ‘전시작전권을 빨리 가져가라’고 제의한 데 대해 군 안팎에서는 “한국의 군사능력을 잘 아는 미 측이 조기 이양 가능성을 내비친 것은 주요 현안에 대한 한미 간 불협화음이 고조된 데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8월 경기 화성시 매향리사격장이 폐쇄된 뒤 한국 정부가 주한 미 공군에 대체 사격장 제공을 계속 미루자 미 측은 여러 차례 불만을 내비쳤다.

지난해 말부터 최근까지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을 비롯해 버웰 벨 주한미군사령관과 데이비드 벨코트 미8군사령관은 훈련 여건이 보장되지 않으면 주한 미 공군을 한반도 밖으로 이동시켜 훈련할 수밖에 없다며 조속한 해결을 촉구했다.

○ “미공군 훈련장소가 없다”

국방부는 전북 군산시 앞바다의 직도사격장을 미 공군이 활용할 수 있도록 자동 사격 채점 장비를 설치할 계획이지만 군산시와 주민들의 반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또 한국으로 반환될 미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협상과정에서 당초 미 측이 요구한 오염 제거 방안을 한국 정부가 거부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은 ‘오염자 부담원칙’에 따라 미 측이 오염원을 제거한 뒤 반환하라고 주장한 반면 미 측은 ‘인간 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을 초래하는 오염만 제거하겠다고 맞섰다.

결국 양측은 미 측이 KISE에 8개의 오염을 추가해 제거하기로 하고, 59개 미군기지 중 우선 15개의 반환에 대해 제9차 SPI 회의에서 합의했다.

하지만 합의 직후 주한미군은 14일 공식 발표를 통해 “미국 납세자가 낸 수십억 달러로 개선한 시설들을 무상 반환받는 한국 정부가 엄격한 환경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강한 불만을 표출하기도 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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