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국방, 장관 고언에반박…前 장관들“직언하랬더니” 불쾌

  • 입력 2006년 8월 4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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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 앞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날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역대 국방장관들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에서 열린 방위사업추진위원회 회의에 앞서 윤광웅 국방부 장관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윤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자청해 전날 현 정부의 안보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던 역대 국방장관들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연합뉴스
윤광웅 국방부 장관은 역대 국방부 장관 13명이 전시작전통제권의 환수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한 것과 관련해 3일 “전시작전권을 환수하더라도 대북 억지력에는 문제가 없다”고 정면 반박했다.

본보 3일자 1면 참조
▶ 역대 국방장관 13명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 중단해야”

▶“北은 미사일 쏘는데 한미동맹 왜 흔드나”

윤 장관은 이날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자청해 “2일 역대 국방장관과의 간담회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추진에 대해 일부 염려하는 의견도 있었지만 모든 분이 현 정부의 국방 현안에 반대하는 것 같진 않았다”고 말했다.

윤 장관은 “오래전에 군 생활이나 장관을 지낸 분들이 대체로 우리 군의 발전상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가운데 전시작전권의 단독 행사에 대해 상대적으로 염려하거나 반대하는 경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일부 역대 국방장관과 예비역 장성이 그동안 한국군의 발전과 2020년까지 추진되는 국방 개혁에 따른 전력 증강은 고려하지 않고 과거의 사고방식과 기준으로 전시작전권 환수에 반대하는 건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이어 윤 장관은 2일 열린 간담회에서 전직 국방장관들이 군의 능력과 안보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전시작전권 환수는 안보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주장한 데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윤 장관은 “국방을 책임지는 장관으로서 현재 추진 중인 국방 개혁에 따른 미래 발전상에 확고한 자신감을 갖고 있다”며 “우리 군의 능력과 의지를 저평가해선 안 된다는 게 나의 소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우리의 주된 군사적 위협은 북한뿐이고, 한국군은 북한군보다 대부분 첨단화 현대화돼 있다”며 “우리 능력을 미국과 비교하는 것은 전략적으로 큰 착오이자 맞지 않고 그런 비교를 하면 영원히 전시작전권을 가져올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작전권 환수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지속적인 주둔과 유사시 미 증원전력의 전개가 한미 간 약정으로 명시돼 한미동맹이 약화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윤 장관의 발언에 대해 역대 국방장관들은 군 원로들의 ‘고언(苦言)’을 무시하는 처사라며 불쾌감을 감추지 않았다.

다수의 전직 장관은 전날 간담회 참석자 모두가 전시작전권 환수 논의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는데도 윤 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않고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훈 전 장관은 “역대 국방장관들이 저마다 현 안보상황에 대한 우려를 얘기했다”며 “이번 사태의 파장이 확산되자 국방부가 ‘윗선’으로부터 적극 대응하라는 주문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역대 장관들은 한국군의 발전상에 대해 윤 장관보다 더 잘 알고 이해하고 있다”며 “북한의 위협은 물론 중국과 일본 러시아 등 주변 열강에 둘러싸인 한국의 21세기 안보는 한미동맹을 통해 보장된다는 당연한 사실을 국방부가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전직 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군 사령부를 비롯해 세계 모든 지역에서 미국이 주도적으로 작전지휘권을 행사하고 있다”며 “우리의 능력이 갖춰지더라도 한미동맹의 근간인 한미연합사는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군 원로들의 판단”이라고 말했다.

일부 전직 장관은 “무기체계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북한의 안보 위협이 전혀 변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시작전권을 환수하게 되면 한미동맹의 균열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한나라 姜대표 “작전권 환수는 안보 위협”

한나라당은 3일 정부의 전시작전통제권 환수 추진에 대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경솔한 태도”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강재섭 대표는 이날 서울 강서구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 논의는 한미동맹 약화, 나아가 주한미군 철수와 한미연합사 해체 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육군 중장 출신인 황진하 국제위원장은 “노무현 정부는 안보에 대해서는 ‘몰라라 정권’”이라며 “8월 임시국회와 국정감사에서 당의 힘을 모아 전시작전권 환수 문제를 따지겠다”고 말했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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