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미지근’…정부, 강력대응 언급없이 “美와 협의중”

  • 입력 2006년 10월 4일 03시 00분


코멘트
북한이 3일 외무성 성명을 통해 핵실험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음에도 정부가 7월 북한의 미사일 발사 당시 보여줬던 미온적 대응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는 이날 저녁 송민순 대통령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주재로 관계부처 고위급 대책회의를 개최했지만 장관급 안보정책조정회의는 4일 오전에 열기로 했다.

북한이 당장 핵실험을 하겠다고 밝힌 것도 아니고, 핵실험 징후가 파악된 것도 없으므로 북한의 의도를 면밀히 파악한 뒤 차분하게 장관급 회의를 개최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들과 만나 “북한이 만에 하나 핵실험을 실시하면 결코 용서할 수 없다”며 “국제사회가 단호한 대응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하는 등 단호한 대응 의지를 밝혔다.

물론 정부가 이날 손을 놓고 있었던 것만은 아니다. 특히 미국 측과는 북한 성명 발표 직후부터 각급 레벨의 전화 접촉을 하고 대응방안을 협의했다.

송민순 실장은 이날 오후 6시 50분께 6자회담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와 전화통화를 한 데 이어 오후 10시 40분께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과도 전화 협의를 통해 상황 인식을 공유했다고 정부 당국자들이 전했다.

니컬러스 번스 미 국무부 차관도 이날 오후 9시경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미국 측 인식을 설명했고, 박선원 대통령안보전략비서관도 이날 저녁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측 관계자와 대책을 협의했다.

그러나 이날 한국 정부의 고위 관계자 중 누구도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에 강력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언급하지 않았다.

정부는 7월 5일 새벽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을 때도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오전 7시 반에 열어 ‘늑장 대응’이란 비판을 받았다. 당시 정부는 북한이 미사일 발사 준비를 하고 있는데도 ‘신중함’을 강조하면서 북한이 발사하려는 게 ‘미사일’인지 ‘인공위성’인지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는 등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다 전격적인 미사일 발사로 뒤통수를 맞았다는 비판을 받았다.

미사일 발사 때도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던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핀란드를 방문해 북한의 핵실험설에 대해 “아무런 징후를 발견하지 못하고 있으며 아무런 단서도 없다”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